권평오 < KOTRA 사장 pokwon@kotra.or.kr >
얼마 전 영국 출장을 다녀왔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시한이 임박한 상황에서 유럽지역 23개 무역관장과 함께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과 기업들의 대응 방안을 점검하기 위해서였다. 섬나라 영국이 브렉시트 문제로 뜨겁다. ‘햄릿’의 명대사인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처럼 결단이 쉽지 않아 보인다.
브렉시트는 1958년 유럽연합(EU)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가 출범한 이래 첫 회원국의 탈퇴다. 그래서 탈퇴하겠다는 영국도, 이를 허용해야 하는 EU도 혼란스럽기만 하다. 그 중심에 ‘백스톱(backstop)’이 있다. 백스톱은 영국과 EU가 미래관계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아일랜드와 영국령인 북아일랜드 간의 국경이 엄격히 통제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영국이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도록 하는 안전장치다. 브렉시트 강경파는 EU의 간섭을 계속 받게 된다는 이유로 이 조항을 반대한다.
브렉시트 시점은 당초 3월 29일에서 4월 12일로 일단 연기됐다. 그러나 영국 의회가 다시 이른바 ‘의향투표’를 통해 노딜(no deal) 브렉시트를 비롯해 EU 잔류, 제2 국민투표, 브렉시트 철회 등 여러 선택지를 놓고 토론을 거쳐 답을 찾겠다고 밝혀 여전히 안갯속이다. 이번주 중 합의문 3차 투표를 통해 가결되면 5월 22일 순조롭게 탈퇴하고 부결 시 4월 12일부터 노딜 브렉시트가 이행될 것이라고 했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기존에 못 박아뒀던 일정도 불확실해졌다.
영국과 EU 간 합의로 충격 없이 브렉시트가 이뤄지는 것이 최선이다. 아무 합의 없이 영국이 EU를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로 환경이 급변하면 환율 변동, 수요 위축 등으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기존 EU와의 자유무역협정(FTA) 특혜관세 혜택도 받을 수 없다. 우리 정부가 영국과 양자 FTA 체결 등을 포함해 조기에 불확실성을 없애려고 노력하고 있는 이유다.
브렉시트는 향후 전개 양상에 따라 영국과 EU에 수출하는 기업들이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 치밀하게 대비하면 시장을 확대하는 기회가 된다. KOTRA는 정부 및 무역협회와 함께 대응지원반을 운영하면서 기회시장 발굴을 위한 정보 전파에 노력하고 있다. 브렉시트 전후의 영국 및 EU와의 교역절차 변화와 이에 따른 기업의 대응방향 등을 담은 안내서도 마련 중이다. 민관 합동으로 통상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해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지혜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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