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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어느 중소 방산업체 사장의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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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휘 정치부 기자 donghuip@hankyung.com


[ 박동휘 기자 ] “은행 이자만이라도 제때 낼 만큼 벌면 다행이죠.”

창원공단에서 만난 한 중소 방산업체 A사장은 ‘요즘 경기가 어떠냐’는 질문에 손사래부터 쳤다. ‘버티기’가 최대 목표라고도 했다. 공단 대로를 걷던 A사장의 시선은 곳곳에 걸린 ‘공장 임대’ 표시로 향했다. “도로변 공장들도 멈춰설 정도니 공단 안쪽은 최악이라고 봐야죠. 방위산업도 얼마 안 남은 것 같아 걱정입니다.”

A사장처럼 대기업 납품으로 근근이 버티는 중소 방산업체들의 가장 큰 고민은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한때 방산업체에 호황을 안겨줬던 재래식 전력의 국산화도 거의 끝나간다. 조만간 일감이 끊길 것이란 얘기다.

방위사업청은 첨단전력 육성과 수출을 강조하지만 A사장에겐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다. 그는 “방사청이 수출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자랑하는데 자체 수출 역량을 갖춘 중소기업이 얼마나 되겠냐”고 반문했다.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숙련공들의 불만이 쌓이고 있다는 점도 중소기업인에겐 넘기 어려운 문제다. ‘초짜’와 3~5년 차 숙련 기술자들의 임금이 별반 차이가 없게 되자 생산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방사청이 원가 구조를 낱낱이 들여다보면서 납품 단가를 사실상 정해주고 있는 시스템 아래에선 숙련공들의 불만을 잠재울 방법이 거의 없다.

공무원들의 횡포도 여전하다. 또 다른 방산업체 B사의 한 임원은 최근에 은행 대출용 기술보증서를 받으려다가 황당한 일을 경험했다. “공공연하게 리베이트를 요구하더라고요. 보증서를 발행해줄 테니 자신이 지정한 건강식품업체에서 물건을 사라는 겁니다.”

요즘 국방당국은 틈만 나면 ‘군(軍) 4차 산업혁명’을 강조한다. 국방예산을 증액한 만큼 눈에 보이는 성과가 나와야 한다는 ‘윗선’의 압박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재래식 무기 부품을 납품하는 중소 방산업체들의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첨단 산업도 탄탄한 풀뿌리 제조업체들이 받쳐줘야 가능한 거 아닌가요.” A사장의 짙어지는 한숨을 듣자니 ‘제조업 강국’을 강조하는 정부의 외침이 공허한 메아리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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