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 사장에 유인택 임명
박종관·김철호·김사인·정희섭 등
민예총 출신 대거 단체장 기용
[ 윤정현 기자 ] ‘문화 운동권’ 인사들이 공연·문화계의 요직에 전진 배치되고 있다. 특히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 출신 인사들이 문재인 정부 들어 주요 기관장을 잇따라 맡으면서 문화계 코드 인사 논란이 일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2일 예술의전당 신임 사장에 유인택 동양예술극장 대표(64)를 임명했다. 임기는 3년이다. 서울대 제약학과를 졸업한 유 신임 사장은 극단 연우무대 사무국장, 세종문화회관 서울시뮤지컬단장 등을 지냈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를 창립하고 ‘결혼 이야기’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화려한 휴가’ 등 20여 편의 영화를 제작하는 등 한국영화 ‘프로듀서 1세대’로 활약했다.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의 친동생인 유 신임 사장은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캠프 문화예술정책위원을 맡았다.
문화계에선 국내 간판 공연기관인 예술의전당 대표를 맡은 데는 대선캠프 활동과 민중문화운동협의회 사무국장, 민예총 사업국장 등 이른바 ‘문화 운동권’에서의 활약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현 정부 들어 민예총 출신 인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11월 임명된 박종관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은 충북민예총 이사장 출신이다. 김철호 국립중앙극장장도 민예총 산하 민족음악인협회 이사장을 지냈으며, 김사인 한국문학번역원장은 민예총 산하 민족문학작가회의 사무국장 출신이다. 지난해 2월 임명된 정희섭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이사장 역시 민예총 정책실장으로 일했다.
고위공무원단 역량 평가에서 탈락했지만 이례적으로 재평가를 거쳐 지난 2월 국립현대미술관장에 선임된 윤범모 관장은 민족미술협의회(민미협) 출신이다. 미술계 관계자는 “민중미술 등과 관련해 정권의 코드에 맞는 인사를 하려고 무리수를 뒀다는 얘기가 미술계에 파다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코드 인사를 두고 문화예술계에선 현행 임명제 및 공모제를 보완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명제는 ‘깜깜이 평가’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공모제는 사실상 낙점자가 정해져 있거나 마땅한 지원자가 없어 선임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아서다.
한 문화예술계 관계자는 “이대로 간다면 인사 때마다 ‘낙하산’ ‘코드 인사’라는 불명예를 안고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전문성은 기본이고 문화의 기반인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는 선임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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