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 마이크론 감산 결정
삼성전자 4%·하이닉스 7%↑
[ 최만수/좌동욱 기자 ]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반도체주가 잇따른 미국 나스닥발(發) 호재에 21일 급등했다. 세계 D램 시장 점유율 3위 업체인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감산을 선언하면서 업계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여기에 구글이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스태디아’를 발표하면서 데이터센터 증설 경쟁이 다시 시작될 것이란 관측이 주가 상승에 불을 붙였다. 하지만 국내 반도체업계에서는 마이크론의 감산을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외국인 ‘반도체 올인’
SK하이닉스는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5400원(7.66%) 급등한 7만5900원에 마감했다. 삼성전자도 1800원(4.09%) 오른 4만5850원에 장을 마쳤다. 외국인투자자는 이날 삼성전자를 1955억원, SK하이닉스를 119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 전체 순매수 금액(4868억원)의 약 3분의 2가 두 종목에 집중됐다.
이날 새벽 미국 마이크론의 실적 발표가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 마이크론은 2분기(작년 12월~올 2월) 매출 58억35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년 대비 21% 감소했지만 시장 추정치(컨센서스)에 부합했다. 반도체 업황이 크게 악화되지 않을 것이란 분석에 투자자들은 안도했다. 마이크론은 이어진 콘퍼런스콜에서 “수급 불균형 해소와 재고 조절을 위해 D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를 각각 5% 감산하겠다”고 밝혔다. 감산에 따라 국내 업체가 반사이익을 볼 것이란 분석이 나오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여러 업체가 난립했던 과거와 달리 D램 반도체 시장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삼분하고 있기 때문에 감산 효과가 더욱 클 것”이라며 “하반기 반도체 수요 회복과 함께 업황 개선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세계 D램 점유율은 삼성전자 43.9%, SK하이닉스 29.5%, 마이크론 23.5%다.
클라우드 열풍 수혜 기대도
지난 19일 구글이 발표한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스태디아도 훈풍을 몰고 왔다. 클라우드 게임은 기기 성능과 관계없이 네트워크만 연결돼 있으면 스마트폰, PC, 태블릿, TV 등 어떤 기기에서든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
클라우드 게임은 5세대(5G) 이동통신의 ‘킬러 콘텐츠’로 꼽힌다. 클라우드 서비스에 꼭 필요한 시설인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때 막대한 양의 반도체가 필요하기 때문에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들의 경쟁이 끝날 때까지는 반도체 수요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구글 발표 이후 나스닥시장에선 AMD(11.38%), 엔비디아(4.0%), 마이크론(1.92%) 등 반도체주가 일제히 상승했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버라이즌 등도 곧 클라우드 게임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작년 이후 반도체 가격이 하락한 것은 수요가 줄었다기보다 서버 업체들이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보고 주문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라며 “재고 조정이 일단락된 뒤 수요가 급증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반도체업계에선 신중론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업종 특성상 감산은 쉽지 않은 결정”이라며 “반도체 가격이 얼마나 더 떨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마이크론이 감산에 나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생각보다 더 나쁜 신호일지도 모른다”며 “감산만으로 업황이 돌아설 것이라고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최만수/좌동욱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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