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1등' 놓칠 수 없다
농심, 경쟁사별 주력 상품 겨냥
건면 이어 쫄쫄면·냉라면·비빔면
올들어 신제품 8개 무더기 출시
[ 김재후 기자 ] 국내 라면시장 1위의 농심이 시장 재장악에 나섰다. 오뚜기 삼양식품 등 2~3위 회사들에 시장 점유율을 빼앗기자 신제품을 잇따라 쏟아내고 있다. 시장에선 “해외 시장에 올인하던 농심이 라인업을 모두 갖추면서 국내 시장 수성에 본격 나선 것”이라고 분석한다. 오뚜기 삼양식품 등도 맞대응하면서 라면시장 경쟁이 모처럼 달아오르는 분위기다.
농심, 경쟁사의 주력 제품 겨냥
농심은 20일 도토리쫄쫄면, 냉라면, 미역듬뿍초장비빔면 등 3종의 신제품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올여름을 겨냥한 제품이다. 통상 여름용 신제품은 4~5월께 출시된 점을 고려하면 빠른 제품 출시라는 분석이다.
농심이 올 들어 새로 내놓은 라면은 지난달 신라면 건면과 해피라면 등을 포함해 총 8개로 늘었다. 농심이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1분기에 내놓은 제품을 모두 합해도 4개에 불과했다. 업계 관계자는 “신라면과 안성탕면, 너구리 등 베스트셀러를 갖고 있는 농심으로선 기존 라면을 업그레이드하는 전략을 써왔다”며 “이 같은 신제품 출시는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농심의 신제품들은 경쟁사 주력 모델을 겨냥하고 있다. 해피라면은 오뚜기 진라면을 겨냥한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도 많이 팔리는 신라면은 국내 가격만 낮추기 힘든 구조”라며 “10년째 가격을 동결한 진라면과의 가격 경쟁을 위해 저가용으로 내놓은 게 해피라면”이라고 말했다. 해피라면의 소비자 가격은 700원으로 진라면(750원)보다 싸다. 신라면 건면은 건면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풀무원을 타깃으로 잡았고, 도토리쫄쫄면과 냉라면 비빔면 등은 팔도와 삼양식품을 겨냥했다는 설명이다.
라면업계 관계자는 “월등한 공급능력을 갖춘 농심이 ‘종류별로 다 준비했으니 농심 안에서 골라봐’라고 하는 느낌”이라며 “공격이 최고의 방어라는 말이 떠올랐다”고 전했다.
라면시장 부흥할 수 있을까
농심의 공격적인 행보에 경쟁사들도 곧바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최근 충북 음성의 건면 공장 생산 능력을 두 배 이상 증설했다고 발표한 풀무원은 농심과 오뚜기를 겨냥한 광고도 시작했다. 서울 시내버스 정류장에 “신나면(신라면) 건면의 출시로 대한민국 라면시장이 기름에 튀기지 않은 생라면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제 오뚝이(오뚜기)가 함께하실 차례입니다. 국가대표 생라면 풀무원 생면식감으로부터”라는 문구를 걸어놨다. 동종업계 얘기를 자제하는 국내 식품 광고 문화를 고려하면 파격적이란 평가다.
오뚜기는 편의점의 자체상표(PB)를 늘리며 틈새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오뚜기가 올 들어 편의점 등에 공급한 PB 라면은 청양고추라면, 오모리참치찌개라면, 옥수수치즈탕면, 제주해녀해물맛라면, 진짬뽕참치, 부산어묵탕라면 등 14개에 이른다. 삼양식품도 이달 들어서만 왕갈비볶음면, 튀김쫄면 등을 내놓고 매운 볶음라면 시장 수성에 나섰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라면회사들이 공격적인 경영에 나서면서 오랜만에 활기찬 느낌”이라며 “10년째 2조원대에서 정체 중인 국내 라면시장이 커질 수 있을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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