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 김경갑 기자 ] 한국 현대미술의 선구자로 불리는 김환기(1913~1974)는 일생에 걸쳐 한국의 자연을 예술적 영감의 원천으로 삼아 남도의 산, 바다, 하늘을 화면에 담았다. 초기에는 향토색 짙은 서정적 모티브에 몰두했지만 점차 간결한 구성으로 산, 달, 학, 매화, 조선백자 등의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통해 한국의 정신과 숨결을 시각화했다. 1935년 첫 작품 ‘종달새 노래할 때’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임을 표현하려 했던 그의 예술적 철학이 오롯이 담겨 있다.
파리에서 활동하던 1957년에 완성한 ‘정원 Ⅱ’ 역시 특유의 푸른 색조로 한국의 서정을 가장 보편적이고 세계적인 미로 승화시킨 걸작이다. 둥근달이 떠 있는 풍경을 바탕으로 매화꽃 가지와 달항아리, 새, 여인들을 파노라마처럼 그려넣었다.
특히 조선백자를 화면 중앙에 깔아놓아 그 아름다움을 한국적인 미의 핵심으로 잡았다. 조선백자에 특별한 애정을 가졌던 김환기는 백자를 수집해 정원에 두고 감상했다고 한다. 보름달 사이로 팝콘처럼 피어 있는 매화는 무척이나 서정적으로 그려져 있다. 두 여인이 나란히 서서 보름달을 쳐다보는 모습 역시 쌀밥처럼 씹을수록 감칠맛이 난다. 머나먼 이국 땅에서 자연과 예술을 동일시하면서도 한국적인 전통미를 세계화하려 한 대가의 열정이 가슴 뭉클하게 다가온다. 미술품 경매회사 K옥션은 이 그림을 20일 봄철 경매에 추정가 7억~10억원에 내놓는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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