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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야 출신 첫 대법관 김선수…'중도보수 아이콘' 오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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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w & Biz

대한민국 법조인열전
(13) 스타플레이어 많은 사법연수원 17기



[ 이인혁 기자 ]
두 명의 대법관을 배출한 사법연수원 17기(1986년 입소) 중에는 재야에서 이름을 알린 인물이 많다. 김선수 대법관도 법원이나 검찰 근무 경력 없이 순수 변호사 출신으로 처음 최고 재판관 자리에 올랐다. ‘환경 변호사’로 통했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지난달 28일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2위를 차지하며 ‘중도보수 아이콘’으로 재부상했다. 연수원 17기는 판사와 검사를 거치지 않고 곧장 변호사로 법조인 생활을 시작한 비율이 높다. 전체 307명 가운데 163명(53.1%)이 연수원 수료와 함께 변호사가 됐다. 이런 비율은 10여 년 동안 깨지지 않은 기록이다. 법원에서는 ‘대법관 0순위’로 거론됐지만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불거져 뜻을 펴지 못하게 된 사례도 나왔다.

민변 회장부터 뉴라이트 대표까지

17기 출신들은 진보 성향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서도 두각을 드러냈다. 민변 창립 멤버로 사무총장과 회장을 지낸 김선수 대법관이 대표적이다. 사법시험을 수석으로 합격한 김 대법관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사법개혁비서관을 지냈다. 통합진보당 위헌 정당 해산 심판에선 통진당 측 변호인단장을 맡았다. 노동법 전문가인 김 대법관은 변호사로 일하면서 사회적 약자의 권리 신장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1989년 시국사건 변론을 맡아 변호인과의 접견교통권이 위법하게 제한된 상태에서 작성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 능력을 부인하는 대법원 판결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자유한국당에서 무시 못할 영향력을 확보한 오 전 시장도 민변에서 활동했다. 그는 변호사 개업 이후 환경운동연합 상임집행위원과 민변 환경위원을 지냈다. 환경지킴이로서 대중의 인지도를 확보했고 이를 바탕으로 39세에 금배지까지 달 수 있었다. 초선의원 시절에는 차기 총선거 불출마를 선언하고 기업의 정치자금 후원 금지 등을 뼈대로 하는 정치개혁법안(오세훈법)을 주도했다. 서울시장을 연임했으나 2011년 무상급식을 반대한다며 주민투표로 여론을 확인하려다가 정치적 내리막길을 걷게 됐다. 투표율 저조로 개표가 무산되면서다. 그는 주민투표 결과에 시장직을 걸었다. 오 전 시장은 당초 연수원 16기로 입소했지만 중요한 시험을 치르지 못해 17기로 수료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여러 기관장 자리가 민변 출신 17기에게 돌아갔다. 민변 교육문화위원장 등을 지낸 조상희 변호사가 지난해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이 됐고, 민변 사무총장과 회장을 역임한 장주영 변호사는 정부법무공단 이사장직에 올랐다. 역시 민변 출신인 김갑배 변호사는 2017년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 위원장으로 위촉됐다.

민변뿐만 아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총장과 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대표 등을 지낸 이석연 변호사도 17기다. 그는 이명박 정부 법제처장을 지냈다. 이 변호사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함께 시민단체계 진보와 보수의 양대 ‘대부’로 불렸다. 지금은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과 합쳐진 보수 성향의 변호사단체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였던 정주교 변호사도 17기다. 정 변호사는 현재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의 법률대리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법농단에 발목 잡힌 법원

김 대법관을 비롯해 이동원 대법관이 나왔지만 법조계는 17기에서 더 많은 대법관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판사들의 출세 코스’ 법원행정처에서 근무한 동기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당수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휘말리면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임성근 서울고법 부장판사와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은 ‘사법농단’ 관련 혐의로 재판을 앞두고 있다.

연수원을 수석으로 마치고 행정처에서 네 차례 일했던 한승 전주지방법원장은 대법관 후보군이었다. 한 법원장 역시 행정처에서 일할 때 상고법원 도입에 반대하던 하창우 전 대한변호사협회장을 사찰했다는 의혹 등이 제기돼 발목이 잡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했던 정형식 당시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지난달 서울회생법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국회에는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이 있다. 인천지방검찰청 특수부장을 끝으로 검사복을 벗은 이후 2009년 고향인 강원 강릉에서 국회의원에 뽑혀 내리 3선을 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내 ‘친이계’로 분류되는 권 의원은 2017년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으로 있으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이끌었다. 현재는 강원랜드 채용비리 의혹에 연루돼 재판을 받고 있다.

권 의원 외에 17기 출신 국회의원으로는 김삼화 박주현 의원이 있다. 두 의원 모두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 비례대표로 당선됐으며 현재 소속은 바른미래당이다. 홍 변호사는 김경수 경남지사의 항소심 변호인이다.

대형 로펌에도 17기가 즐비하다. 김갑유 태평양 대표변호사와 김범수 KL파트너스 대표변호사는 국제중재 분야 선구자로 꼽힌다. 김갑유 변호사는 해외 기업에 넘어갔던 현대오일뱅크 경영권을 10년 만에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재판소 판정을 통해 되찾아와 유명해졌다. 김범수 변호사는 국내 변호사 최초로 세계무역기구(WTO) 분쟁 사건을 맡았다.

두 변호사는 론스타와 한국 정부의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에서 각각 정부(김갑유)와 론스타(김범수)를 대리해 화제가 됐다. 지식재산권 분야에선 김앤장 법률사무소 중국지식재산팀장인 한상욱 변호사, 특허법원 출신으로 율촌 지적재산권그룹 대표를 맡고 있는 최정열 변호사가 있다. 전오영 화우 대표변호사는 조세 등 기업소송 전문가다. 국내 최대 변호사단체인 대한변협 회장을 지낸 김현 변호사도 이들과 동기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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