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人스타
박민석 오리온 껌·캔디·젤리 팀장
[ 김보라 기자 ] 어린이들이 즐겨 먹던 젤리는 수십 년간 제과업체에 ‘골칫거리’였다. 매출 비중이 낮은 데다 직접 생산하면 수익이 나지 않아 대부분 중소업체에 외주를 줬다. 그런데 5년 전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2014년 693억원이던 시장 규모가 지난해 2000억원을 넘어섰다.
국내 젤리 시장의 성장은 제과 4사 중 유일하게 자체 생산공장을 갖고 있는 오리온이 주도하고 있다. 마이구미, 젤리밥, 젤리데이, 왕꿈틀이, 아이셔 등 오리온의 5대 젤리 브랜드는 지난해 520억원의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2003년부터 오리온에서 껌·캔디·젤리를 개발하고 있는 박민석 팀장(41·사진)은 “교복을 입는 순간 더 이상 젤리를 먹지 않는 여성 소비자들을 젤리 시장으로 끌어들인 전략이 통했다”고 말했다.
2012년 이전까지 왕꿈틀이, 꼬마곰 등 젤리 제품은 주로 동물을 형상화했다. “동물 모양의 젤리를 먹는 게 유치해 보일까 봐, 불량식품이 아니냐는 선입견 때문에 시장이 커지지 못했죠.” 박 팀장은 중·고생들과 회사원들이 더 이상 젤리를 찾지 않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오리온은 이런 한계를 기능성 젤리로 깨트렸다. 2012년 하루 비타민C 권장량 100%를 함유한 ‘젤리데이’를 내놓으면서다. 젤리가 여대생과 여성 직장인들에게 ‘가방 안에 넣고 다니는 필수 간식’으로 떠오른 계기였다.
젤리를 ‘건강 간식’ 반열에 올려놓은 건 2017년 11월 출시된 ‘마이구미 복숭아’였다. 복숭아 과즙을 50% 넣어 본연의 진한 달콤함을 살린 이 제품은 특유의 식감에 앙증맞은 핑크빛 하트 모양으로 20~30대 여성 사이에서 인기를 끌면서 출시 두 달 만에 500만 개가 판매됐다. 지난해엔 판매량이 2000만 개를 넘어섰다.
오리온이 젤리 신제품 하나를 내놓을 때 걸리는 시간은 최소 1년. 30년 넘게 젤리를 연구해온 오리온은 올해 내놓은 ‘마이구미 딸기’에서 빨간색의 딸기와 초록색 잎 모양까지 구현해냈다. 박 팀장은 “오리온의 네 가지 젤리 브랜드는 각각 식감이 다르다”며 “마이구미는 쫄깃하면서 부드럽게, 젤리밥은 쫄깃쫄깃하게, 젤리데이는 툭툭 끊어지게, 왕꿈틀이는 쭉쭉 잘 늘어나는 식감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3개월 넘게 점심을 걸렀다고 했다. 오리온 최초의 파우치형 곤약젤리 ‘닥터유 젤리’ 출시를 앞두고 하루 10봉씩 매일 먹었다.
박 팀장은 “출근하자마자 공복에 세 봉지를 먹은 뒤 포만감이 어느 정도인지, 생산 날짜별로 맛이 어떻게 변하는지 등을 측정했다”고 말했다. 이 제품은 1봉지에 56㎉로, 비타민C 하루 영양성분 기준치가 담겨 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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