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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한계 다다른 리튬이온 전지…전고체·VRFB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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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배터리 주자는 전고체
ESS 용도로 뜨는 VRFB



[ 윤희은 기자 ] 1991년 일본 소니는 니켈·카드뮴 전지보다 에너지 밀도가 두 배 높고 충전이 간편한 2차 전지를 선보였다. 이 전지는 핸드폰, 노트북과 같은 전자 제품에서부터 자동차에까지 적용되며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다. 대표적인 2차 전지로 꼽히는 리튬이온 전지 얘기다.

리튬이온 전지가 등장한 지 28년이 흘렀다. 세계는 더 이상 리튬이온을 ‘완벽한 전지’라고 부르지 않는다. 수명이나 에너지 밀도 등에서 부족함을 느낀다. 스마트폰이나 전기차산업 발전의 걸림돌이 배터리 기술이란 평가까지 나온다.

폭발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리튬이온 전지의 한계로 꼽힌다. 전고체 전지, 바나듐 레독스 플로 배터리(VRFB) 등 차세대 전지로 과학계와 산업계의 이목이 쏠려 있는 이유다.


고체 전해질로 폭발 막고 부피 줄인다

리튬이온 전지는 안전하지 않다. 애완견이 이빨로 전지를 물어뜯었다가 전지가 폭발한 사례가 심심찮게 보고된다. 이 전지를 뜯어보면 양극재와 음극재, 전해질, 분리막 등이 나온다. 전해질을 통해 음극에서 양극으로 이온을 운반하는 과정에서 전기가 만들어진다.

폭발이 일어나는 것은 전해질 탓이다. 이온이 원활하게 이동하도록 돕는 전해질은 기름과 비슷한 유기 액체 형태로 이뤄져 있다. 온도가 높아지거나 강한 충격이 가해지면 터질 수 있다.

폭발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나온 대체재가 전고체 전지다. 리튬이온이 이동하는 전해질을 고체로 만든 게 특징이다. 액체 전해질보다 내열성과 내구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폭발이나 화재 가능성이 낮다.

단위 면적당 저장 가능한 전기의 양이 늘어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기존 리튬이온 전지에는 보호회로와 같은 누액·폭발 방지 부품이 들어가야 한다. 이로 인해 전기를 저장할 수 있는 공간 중 상당 부분을 잡아먹는다. 전고체 전지는 이 같은 부품이 들어갈 필요가 없어 단위 면적당 에너지 저장 공간이 늘어난다. 부품이 덜 들어가는 만큼 무게도 가벼워진다. 기존 리튬이온 전지의 에너지 밀도는 255Wh/㎏ 수준이다. 반면 전고체 전지는 이론적으로 495Wh/㎏까지 에너지 밀도가 올라간다.

‘전고체 재료 찾기’에 나선 세계 산업계

전고체 전지는 만능이 아니다. 고체 형태이다 보니 액체 전해질에 비해 이온 전도도가 낮다는 한계가 있다. 이온 전도도가 낮다는 것은 낮은 출력과 짧은 수명으로 직결된다.

이에 따라 세계 산업계는 최대한 이온 전도도를 높일 수 있는 전고체 재료 찾기에 나섰다. 유력한 재료로 꼽히는 것이 폴리머, 옥사이드, 인산염, 황화물 등 네 가지다. 다만 각각 그 특성에 따른 장단점이 명확하다.

폴리머는 이온전도율이나 온도 변화에 대한 안정성이 떨어지지만 생산 용이성이 높다. 보쉬에서 선제적으로 폴리머 전고체 전지 개발에 나선 상태다. 한편 옥사이드와 인산염은 이온전도율이나 안정성은 괜찮은 편이나 생산 용이성이 낮다.

산업계의 주목을 받는 물질은 황화물이다. 이온전도율, 생산 용이성, 온도 변화에 대한 방어력 등이 두루 높다. 도요타, 삼성SDI 등 세계 제조기업에서 이를 기반으로 한 전고체 전지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고체 전지의 실용화 시점은 2025년 안팎으로 예상된다. BMW가 전고체 전지 양산 시점을 2026년이라고 못 박기도 했다.

수명 길고 용량 큰 바나듐 배터리

바나듐을 소재로 한 전지인 VRFB도 주목받고 있다. 바나듐 기반 전지의 작동 방식은 독특하다. 전해액에 용해된 바나듐 이온을 양극 전해질과 음극 전해질에 담아 두 개의 탱크에 담는다. 완전히 분리된 탱크에 양 극의 전해질이 존재하기 때문에 화재 위험이 낮다. 차세대 에너지저장장치(ESS)로 VRFB가 떠오르는 이유다. 수명이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10배 이상 길고, 가격도 같은 용량 기준으로 3분의 1 수준이다.

한계도 뚜렷하다. 가장 큰 단점이 부피다. 전해액을 담을 큰 탱크가 필요하기 때문에 소형화가 어렵다. 에너지 효율도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70% 수준이다. 이 때문에 남는 전기를 저장하는 ESS 용도로 활용된다.

지난해 10월 유럽에서 거래되는 오산화바나듐 가격은 파운드당 28.15달러까지 치솟았다. 13년 만에 최고치다. 전 세계 산업계가 너도나도 바나듐을 소재로 하는 VRFB 생산에 나선 영향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비주얼캐피털리스트는 “전 세계 주요 10개국의 바나듐 배터리 수요는 내년까지 7000㎿ 이상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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