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엔 인생 골프
어느새 봄 시즌…지난 겨울에 연습 좀 할 걸 ㅠㅠ
1. 30분 전 풀어라
2. 기본은 셋업&그립
3. 하나, 둘, 셋, 넷~
4. 모든 샷이 첫 티샷
5. 웃는 자가 이긴다
[ 이관우 기자 ]
봄이다. 골프 마니아들 마음은 벌써 필드를 달린다. 봄은 골퍼들의 지난겨울을 잘 알고 있다. 준비되지 않은 이들은 불안감이, 준비된 이들은 자신감이 가득하다. 어찌하랴. 지나간 시간은 되돌리지 못한다. 다행인 건 승부를 알 수 없는 게 골프라는 점이다. 골프는 공평하다. 비워야 봄이다. 실패하지 않는 ‘봄 골프 5계명’을 모았다.
1. 풀어야 산다
갑작스러운 연습은 독이다. 부드러운 몸이 약이다. 비거리도 늘고 실수도 줄인다. 습관화하면 장수 골프에도 이롭다. 골프 전문가그룹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티오프 직전 스트레칭 10분이 7야드, 30분이 12야드, 50분이 17야드를 늘여준다. 라운드 전날 밤 30분, 골프장으로 출발 전 30분을 활용하자. 골프에선 유연함이 강하다. 연습하더라도 순서를 지키자. 5m 어프로치에서 시작해 150m 드라이버로 마무리하자. 처음부터 드라이버로 뻥뻥 내지르는 용감함은 금물이다. 연습한 뒤 따뜻한 물로 샤워하면 금상첨화다.
2. 기본으로 돌아가라
연습장에 갈 시간이 없다면 셋업과 그립만 점검해도 충분하다. 우선 평소 하던 대로 셋업한 뒤 양 발바닥이 바닥에 밀착돼 무게중심이 아래쪽에 잘 내려와 있는지를 느껴보는 게 첫 번째다. 다른 사람이 앞이나 옆에서 밀어도 쉽게 넘어지지 않을 것 같은 견고한 느낌이 들어야 한다. 그다음, 배꼽 주변에 긴장감이 들어갔는지를 체크한다. 손목, 팔, 어깨에는 힘이 빠져 있어야 한다. 스윙은 단전(코어근육)과 하체의 탄성으로 만드는 회전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이 그립이다. 손가락 피부의 마찰력으로 견고하게 그립이 잡혔는지가 관건이다. 처음엔 있는 힘껏 잡았다가 형태를 그대로 두고 힘만 빼보자. 손가락과 손바닥 피부에 그립이 밀착돼 있는지 느껴보자. 그립을 잡았으면 왜글을 하라. 손목에 힘이 빠지면 팔과 어깨에도 힘이 쉽게 빠진다.
3. 느긋함이 강하다
골프는 몰아붙이지 않는 골퍼를 선호한다. 우격다짐보다 느긋함이 강하다. 설레는 마음과 급한 마음은 빠른 템포와 흐트러진 리듬을 낳는다. 고수라면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욕심에, 하수라면 창피당하지 말아야 한다는 압박에 실수를 연발한다. 첫 티샷에서 어이없는 토핑, 뒤땅, 훅은 물론 클럽헤드가 가파르게 찍혀 공이 높이 뜨는 ‘뽕샷’이 나오는 이유다. 느긋해지려면 부드러운 리듬이 필요하다. 하나~둘! 스윙보다 하나~둘~셋~넷! 춤사위 같은 리듬이 좋다. 아마추어라면 특히 빠른 템포보다 느린 템포가 유리하다. 물론 가장 좋은 건 평소 자신의 리듬과 템포다. 갑작스러운 변화보다 익숙한 습관이 우선이다.
4. 모든 홀이 1번홀
아마추어 골퍼는 집중력이 약하다. 프로는 주변의 말소리를 듣지 못할 정도로 집중력이 강하다. 대개가 “한 샷 한 샷에만 집중한다”고 말한다. 18홀 내내 한 샷을 완성하는 데에만 집중한다는 얘기다. 18홀이 한 샷의 연장인 셈이다.
반면 아마추어들은 한 샷 한 샷에 일희일비한다. 어떤 샷은 대충 치고, 어떤 샷은 세심하게 친다. 한 샷 한 샷마다 마음가짐이, 감정 상태가 다 다르다. 대개 설렘과 긴장으로 시작해 자포자기로 끝을 낸다. 그래서 많은 프로들이 조언한다. “이것저것 생각하지 마라. 모든 홀이 1번홀이라고 생각하라. 2번홀은 없다. 버리는 홀은 없다. 모든 샷이 첫 티샷이다. 첫 번째 티샷과 마지막 홀 티샷할 때의 마음을 똑같이 만들어보라.”
5. 오비 나도 웃자
모든 결과는 내게서 비롯된다. 이기면 절반은 동반자 덕, 절반은 운이다. 지면 내 탓이다. 캐디 탓, 장비 탓, 날씨 탓, 동반자 탓이 아니다. 더욱이 전날 먹은 술 탓도 아니다. 그러니 받아들이자. 화가 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동반자에게 드러내지 않을 수 있다면 얼마든지 내도 좋다. 투어 프로들은 대개 남몰래 화를 푸는 기술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하지만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웃어야 한다. 웃는 게 가장 쉽다. 골퍼의 라운드는 골퍼의 격(格)이다. 그가 인생을 바라보는, 비즈니스를 대하는, 사람을 상대하는 철학이 날것처럼 드러난다. 지고도 이기는 골프가 상지상책이다. 이기고자 집착하는 골프가 하지하책이다. 아름다운 패자를 각오하는 골퍼, 그가 바로 찬란한 봄의 주인공이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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