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질경찰' 세월호 아픔 다룬 첫 상업영화 등판
이정범 감독 "상업영화지만 상업영화로 끝나지 않길 바랐다"
'악질경찰'이 세월호를 품은 첫 상업영화로 출사표를 던졌다.
영화 '악질경찰'이 13일 서울시 용산구 아이파크몰CGV에서 진행된 시사회 및 간담회에서 베일을 벗었다. 범죄 스릴러 액션 장르인줄 알았던 '악질경찰'은 세월호의 아픔이라는 반전을 드러내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연출자인 이정범 감독은 "이 영화가 세월호를 다룬 첫 상업영화라는 점에서 부담이 크다"고 솔직한 속내를 전했다.
'악질경찰'은 뒷돈은 챙기고, 비리는 눈 감고, 범죄를 사주하는 악질경찰이 더 나쁜 놈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아저씨' 이정범 감독이 '우는남자' 이후 5년 만에 내놓는 신작이다.
'악질경찰'의 배경은 2015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다. 2014년 세월호 참사당시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단원고 학생들이 거주했던 곳이다. 자연스럽게 극중 캐릭터들도 세월호와 엮여 있다. '다이빙벨'과 같이 세월호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등은 여럿 있었지만 상업영화로서 세월호를 다룬 건 '악질경찰'이 처음이다.
이정범 감독은 "2015년에 단원구를 갔을 때 충격을 잊을 수 없다"며 "언론에서 봤던 것과 다른 의미로 커지는 뭔가를 느꼈다"고 '악질경찰'의 시작에 세월호의 아픔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정범 감독은 "세월호와 관련된 자료를 수집하면서 이 얘길 꼭 하고 싶었다"며 "이 영화를 준비하는데 5년 걸렸다. 상업영화에 세월호를 가져오는 건 위험한 생각인데, 기본적으로 세월호를 똑바로 잘 얘기하고 싶었고, 영화가 끝내고 났을 때 뭔가가 남길 바랐다"고 전했다.
이어 "세월호를 갖다 썼는데 상업영화로 끝내고 싶지 않았다"며 "세월호에서 시작했고, 그걸 어떻게 상업영화로 풀어낼 지 고민한 결과물이 '악질경찰'이다"고 덧붙였다.
이선균 역시 "이정범 감독이 평소에도 집요하게 찍지만, 이번엔 고민과 검열이 있었기에 더욱 그랬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이선균은 타이틀롤 악질경찰 조필호 역을 맡았다. 목돈을 구하기 위해 경찰 압수창고를 털 계획을 세웠던 조필호는 의문의 폭발하고에 휩싸이면서 진짜 나쁜놈과 마주하는 인물. 이선균은 찰진 욕을 선보이며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이선균은 "이정범 감독의 졸업 작품을 찍고난 후 미니홈피가 유행하던 시절, 스틸컷을 올리고 '제 인생 첫 감독'이라고 적기도 했다"며 "평소 작업스타일을 잘 아는데 소재가 소재다보니 자기검열도 치열했고, 고민도 많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이정범 감독은 "영화를 찍는 내내 자기검열을 했다"며 "세월호라는 소재 때문에 투자, 캐스팅 모두 힘들었다. 저랑 친한 지인들도 만류했다. 그래도 끓어오르는 뭔가가 있었다"고 '악질경찰'을 작업하게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상업영화이기 때문에 투자를 받아 만든 영화라 그것에 대한 책임을 무시할 수 없었다"며 "긴장과 재미를 배려해서 진정성을 해치는 건 아닌지, 진정성에 함몰돼 기본적으로 상업영화가 갖출 미덕을 못갖춘 건지 끊임없이 자기검열을 했다"고 고백했다.
영화의 핵심 키를 쥔 장미나 캐릭터는 세월호 참사로 친한 친구들과 선생님을 잃고 비행 청소년이 됐다는 설정이다. 장미나 역을 연기한 전소니도 "보통의 반항아 같이 연기하고 싶진 않았다"고 밝혔다.
전소니는 "미니가 아픔을 갖고 살아가는 이유엔 책임감이 있었다고 봤다"며 "내가 책임지고 싶은 어떤 일이 있고 누군가 지키고 싶은 마음이 있는 아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세월호 아픔이 있었기에)미나는 다른 보통의 아이들보다 조금 더 갈 수 있는 아이라고 봤다"고 덧붙였다.
박해준은 세월호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가장 상업적인 캐릭터 권태준 역을 맡았다. 권태준은 재벌 오너의 손과 발이 돼 살인도 서슴치 않는 인물이다. 박해준은 섬뜩한 미소로 극의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박해준 역시 "연기할 땐 연민을 갖고 했지만, 역시 전 그냥 나쁜놈이었다"며 "저희의 진정성을 영화를 통해 봐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악질경찰'은 오는 20일 개봉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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