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평오 < KOTRA 사장 pokwon@kotra.or.kr >
할랄(halal)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할랄은 이슬람 율법에 따라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도록 허용된 것을 가리킨다. 20억 명을 넘는 이슬람 인구뿐만 아니라 할랄이 위생적인 제품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비무슬림 소비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할랄 시장의 영역도 식음료에서 화장품과 의약품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최근엔 금융, 관광, 물류, 콘텐츠 등에도 할랄 개념이 도입되고 있다.
이에 반해 할랄 시장에 대한 우리의 관심과 인식은 많이 부족하다. 흔히 ‘돼지고기와 술만 아니면 된다’는 식의 성분 기준으로 생각한다. 그동안 글로벌 할랄 시장 진출을 위한 우리 기업들의 노력도 부족했다. 세계 할랄 시장 규모는 2조달러가 넘는다. 그런데 우리의 할랄제품 수출은 25억달러 규모에 불과하다. 비상한 노력이 요구된다.
말레이시아에서 산업통상자원부와 KOTRA 주최로 12일 개막해 13일까지 열리는 ‘한류-할랄 전시회’가 돌파구가 되면 좋겠다. 말레이시아는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를 넘어 구매력이 높다. 인종과 종교도 다양하다. 그래서 한류 소비재가 신남방 지역으로 진출하는 데 테스트베드(시험대) 역할을 하고 있다. 또 말레이시아는 글로벌 할랄표준을 선도하는 나라다. 이런 점에서 이번 행사가 우리의 한류와 말레이시아의 할랄을 결합해 세계 할랄 시장 진출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행사에는 한국의 할랄인증 제품 보유기업 23곳이 참가해 화장품과 식품 등 150여 종의 할랄 소비재를 선보였다. 개막식은 현지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K팝 그룹 엔시티드림과 영화배우 하지원 씨 등 한류스타를 활용해 시연회 및 시식회도 열고 제품을 홍보해 큰 호응을 얻었다. 한류존과 한류스타 팬사인회장은 한류 팬들로 하루종일 북적거렸다. 무엇보다 아세안 3개국 순방차 말레이시아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현장을 찾아 격려해 큰 힘이 됐다. 문 대통령은 전시장을 돌면서 참가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 악수하고 할랄 제품에 큰 관심을 보였다.
오는 7월에는 쿠알라룸푸르의 최대 쇼핑몰 안에 한류 타운도 조성된다. 한류 콘텐츠를 비롯해 식품, 패션 분야 등의 국내 20여 개사가 입점할 예정이다. 이런 계기를 통해 올해부터 말레이시아의 할랄 시장 창출이 한층 속도감 있게 추진될 것으로 기대된다.
할랄 시장의 잠재력은 매우 크다. 수출 품목과 시장의 다변화가 절실한 우리로선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될 시장이다. 한류를 발판삼아 할랄 시장 진출에 힘쓴다면 신남방 지역의 틈새시장을 개척하는 데 효과가 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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