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거래소들 소송 휘말려
공지 미이행·출금 거부 등이 원인
중소형 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소들과 이용자 간 법적 공방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거래소 이용자들은 로펌(법무법인)을 통해 집단소송을 추진하고 거래소는 이용자들을 단속하며 소송 참여를 막는 양상이다.
최근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빗 이용자들이 집단소송을 추진 중이다. 코인빗의 반복된 공지 기망으로 피해를 봤다는 이유다. 코인빗은 지난해 10월 거래소 수익의 70%를 수수료로 환급 받을 수 있는 자체 암호화폐 덱스(DEX)를 발행했다. DEX 가격이 떨어지자 같은해 12월 자체 암호화폐 덱스터(DXR)를 새로 내놓고 DEX 보유 이용자에게 10대 1 비율로 에어드롭(토큰 무상분배)하겠다고 공지했다.
하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코인빗은 지급일을 차일피일 미뤘다. DXR 상장시 전량 지급하겠다는 공지도 '매주 5%씩 지급'으로 내용이 바뀌었다. 이후 임의 설문조사를 통해 덱스터의 95%를 소각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결과적으로 DEX 보유자는 당초 언급된 DXR의 1%만 받을 수 있게 됐다.
그러자 이용자들은 법무법인 에이원을 통해 코인 에어드롭, 바이백 미지급 등 코인빗이 지키지 않은 공지 내용에 대해 집단소송에 나서기로 했다. 거래소의 공지사항 민법상 계약에 해당되므로 이를 지키지 않으면 기망·사기 등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뿐만이 아니다. 코즈, 캡 등 자체 암호화폐를 발행한 중소형 거래소 코인제스트, 캐셔레스트 등 역시 공지사항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유사한 집단소송이 진행 또는 준비 중이다. 이들 거래소는 소각 공지했던 자체 암호화폐를 소각하지 않거나 거래소 수익으로 매입하겠다던 공지를 지키지 않아 이용자들의 불만을 샀다.
아예 이용자들 돈을 돌려주지 않은 경우도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 트래빗은 지난해 9월부터 간헐적으로 원화 입출금을 중단하고 있다. 트래빗은 한 법인계좌로 이용자들 투자금을 받는 집금계좌(벌집계좌)를 사용한다. 이 집금계좌가 보이스피싱 신고를 받아 정지되며 이용자들의 투자금이 묶인 것이다.
이용자들은 트래빗이 보이스피싱 피해자에게 연락하는 등 계좌 동결을 풀기 위한 노력을 소홀히 한다고 지적했다. 또 회원들이 출금을 못하는 상황을 이용해 회원 등급제를 만든 뒤 높은 수수료를 지불해 등급을 높여야 보다 많은 자산을 출금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성토했다.
이용자들은 법무법인 광화를 통해 집단소송을 제기하고 트래빗이 공개를 거부하는 자산 대비 예치금 내역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실제로 문제가 된 거래소들을 압박하는 효과도 냈다. 최근 법무법인 광화는 이용자 출금을 임의로 막고 암호화폐를 스왑(교환)한 거래소 올스타빗 대표의 부동산을 가압류했다. 박주현 법무법인 광화 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IT블록체인특별위원회 간사)는 올스타빗에 대해 "시세 조작, 공지 미이행 등 수많은 의혹이 제기됐고 민·형사적 문제가 되는 운영으로 피해자를 양산했다"며 가압류 취지를 설명했다.
가압류를 넘어 올스타빗을 상대로 한 형사고소·고발, 민사소송 등의 조치도 취할 계획이다.
거래소들도 보고만 있지 않았다. 집단소송을 막기 위해 법적 대응에 나섰다.
올스타빗은 법무법인을 선임하고 거래소에 대한 비방, 유언비어, 관계자 신상 유출 등에 법적 대응을 선언한 상태다. 일부 이용자들에게는 집단소송 참여 대신 신규 거래소로 옮기라는 회유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인빗 역시 커뮤니티에 거래소와 관련한 악의적인 글을 배포하면 명예훼손, 업무방해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트래빗도 자산 대비 예치금 내역은 공개할 수 없지만, 커뮤니티에 부정확한 정보를 유포할 경우 법무팀을 통해 강경 대응하겠다고 이용자들에게 경고했다. 거래소 관련 의혹을 유포하거나 집단소송 참여자를 모집하는 행위를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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