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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물품價 상·하한선만 공개한다지만…중소 프랜차이즈는 사실상 원가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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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부터 새 정보공개서 작성…이영채 지호한방삼계탕 대표의 하소연

"중소업체만 죽으란 말이냐"
외식프랜차이즈 91%가 지호한방삼계탕 같은 중소형
정보공개로 영업비밀 노출 불가피
정보보안 유지협약 한다지만 현실 모르는 안일한 정책



[ 김재후 기자 ] “저희같이 작은 규모로 프랜차이즈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다 죽으라는 얘깁니다.”

프랜차이즈 가맹본사들이 작성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하는 정보공개서 마감이 다음달로 다가온 가운데 중소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이영채 지호한방삼계탕 대표(41)는 “중소 프랜차이즈만 피해를 보게 된다”며 이같이 하소연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가맹사업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연매출 5000만원 이상 프랜차이즈 가맹본사는 가맹본부가 가맹점에 공급하는 물품의 마진인 차액가맹금을 비롯해 △주요 품목 공급가격의 상·하한선 △관련 상품·용역, 경제적 이익의 내용 등을 정보공개서에 기재해야 한다.

이 대표는 이 같은 시행령이 본격 시행되면 중소 프랜차이즈들엔 ‘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한 것은 ‘주요 품목의 공급가격 상·하한선을 공개하라’는 조항이다.


공정위는 정보공개서에 프랜차이즈 가맹본부가 가맹점에 공급하는 물품의 가격을 상한선과 하한선만 명시하면 돼 가격이 그대로 드러나지 않는다며 이 같은 시행령 개정안을 내놨다. 하지만 이는 공급 물품의 종류가 다양한 대형 프랜차이즈에만 해당한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우리는 발품을 팔아 1년 전 싸게 계약한 닭을 가맹점에 단일가로 공급한다”며 “한 개 품목에 하나의 가격만 있으므로 영업비밀인 닭 공급가가 정보공개서에 그대로 적시된다”고 설명했다.

경기 하남시에 본사를 둔 지호한방삼계탕의 연매출은 100억원 정도다. 61개 가맹점을 두고 있는 중소 프랜차이즈다. 지난해 말 기준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 1119개 가운데 지호한방삼계탕처럼 가맹점이 100개 미만인 중소 브랜드는 1020개로 전체의 91%를 넘는다.

이 대표는 “가맹점주들이 안정적으로 운영하도록 조건도 단일화하고 선매(先買)해 싸게 닭을 공급하고 있는데 오히려 불이익과 페널티를 받게 되는 꼴”이라며 “새로운 시행령대로라면 누가 이런 노력을 하겠느냐”고 되물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가맹본사가 사오는 가격을 공개하라는 게 아니라 가맹점에 공급하는 가격만 공개하라는 것”이라며 “일각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원가를 공개하라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차액가맹금 규모도 정보공개서에 적어야 한다”며 “닭의 공급가와 차액가맹금을 맞춰보면 원가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상위 매출 50% 이상의 주요 물품’ 가격만 공개하기 때문에 모든 제품의 가격이 드러나는 게 아니라는 공정위 주장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위 20% 제품에서 매출의 80%가 나오는 건 경제학원론에도 나오는 내용”이라며 “이 규정대로 하면 사실상 우리 사업의 거의 모든 제품 원가가 공개된다”고 했다.

공정위는 정보공개서를 열람한 사람에게 보안서약서를 쓰게 하면 영업비밀이 적힌 정보공개서가 밖으로 새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작년에 프린트해서 나간 정보공개서가 100부 정도였는데 이 중 가맹 계약이 성사된 건 4건뿐”이라며 “나머지 96건의 정보공개서를 본 사람 중에 경쟁사 직원도 있었을 텐데, 영업비밀이 어떻게 유지될 수 있겠느냐”고 했다.

그는 “이렇게 부작용이 많은 제도가 시행되면 프랜차이즈업계는 창의적 경쟁 대신 베끼기나 가격 경쟁에만 몰두할 것이고 그 피해는 중소 프랜차이즈가 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쟁사 베끼기도 여력이 되는 대기업 프랜차이즈나 가능하지, 우리 같은 중소 프랜차이즈는 못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가맹점주의 권익을 확대하겠다는 정부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이번 시행령을 보면 프랜차이즈업계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이번주 공정위의 가맹점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헌법소원을 내면서 정보공개서 등록 효력 금지 가처분 신청도 할 예정이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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