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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로 무장한 SKT, 해외시장 재도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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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 울타리 넘어 미디어·보안·장비로…

동남아 車공유 그랩에 T맵 공급…美컴캐스트와 e스포츠 사업 협력
싱가포르 최대 통신사 싱텔과 동영상서비스 자회사 맞투자 추진



[ 이승우 기자 ] “2019년은 2018년의 다음해가 아니다. 새로운 시대의 첫 번째 해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MWC19’에서 한 말이다. 여기엔 두 가지 의미가 담겼다. 상용화를 눈앞에 둔 5세대(5G) 이동통신이 우리의 삶을 완전히 바꿔놓을 것이란 뜻이 첫 번째고, SK텔레콤이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의미가 두 번째다.


해외 통신사업 진출해 번번이 고배

유·무선 통신사업은 대표적인 내수산업이다. 정부로부터 주파수를 빌려 네트워크를 구축해 가입자를 유치하고 요금을 받는 구조다. 대다수 매출도 국내에서 일어난다. SK텔레콤의 2017년 매출 17조5200억원 가운데 해외 실적은 0.8%(1461억원)에 그친다.

통신사들도 내수 중심 사업구조를 바꾸기 위해 해외 진출을 꾸준히 시도해왔다. SK텔레콤은 2000년대 초반부터 해외 시장 문을 두드려왔지만 한 번도 제대로 된 성과를 낸 적이 없다.

2001년 베트남 정부와 합작해 현지에서 ‘S폰’이라는 브랜드로 사업을 벌였으나 2009년 철수했다. 2005년에는 미국에서 버진모바일과 알뜰폰(MVNO) 합작사 힐리오를 설립하며 5억달러 이상을 투자했지만 5년간 가입자 20만 명을 모으지 못하고 사업을 접었다. 중국 시장에도 진출할 목적으로 2006년 1조원가량을 들여 중국 주요 통신사 차이나유니콤의 전환사채(CB)를 매입해 지분으로 전환했으나 2009년 매각하고 빠져나왔다.

해외 진출 대다수가 현지 통신사에 지분을 투자하거나 직접 통신사를 운영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한국과 제도와 규제가 다르고 시장 특성도 판이한 해외에서 철저한 준비 없는 투자는 번번이 실패로 이어졌다.

박 사장은 “통신의 울타리 안에 갇혀 있던 과거 글로벌 전략은 주파수나 라이선스 확보로 접근했지만 쉽지 않았다”고 실패를 인정했다.

미디어·보안·장비 등 새 분야로 진출

SK텔레콤은 올 들어 해외에서 잇달아 굵직한 업체들과의 협력 소식을 발표하고 있다. 과거와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다. 통신사업 소식은 찾아보기 힘들다. 대부분 보안, 미디어, 통신장비 등 기술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을 한다는 내용이다.

대표적인 게 지난 1월 발표한 동남아시아 최대 승차공유업체 그랩과의 합작사 설립이다. SK텔레콤의 모바일 내비게이션 ‘T맵’ 기술을 활용해 동남아 지역에서 그랩 운전자가 이용할 수 있는 내비를 개발하는 게 합작사의 역할이다.

박 사장은 “그랩이 구글지도를 썼는데 데이터를 받을 수 없어 고민 끝에 SK텔레콤을 찾아왔다”며 “이런 기술력을 활용해 글로벌 협력을 추진하는 방식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강조했다. 미국 최대 지상파 방송사인 싱클레어 방송그룹과는 차세대 방송 표준(ATSC 3.0)에 맞는 솔루션과 장비 공급을 위한 합작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지난달에는 유럽 최대 통신사 도이치텔레콤과 5G 네트워크, 미디어, 보안 기술 공동 개발 및 사업 협력을 기반으로 연구개발(R&D) 합작회사 설립까지 검토하는 내용의 협약을 맺었다.

글로벌 최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에 대항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마련해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절차도 진행 중이다. 지난 1월 지상파 3사와 손잡고 SK텔레콤의 OTT ‘옥수수’와 지상파 3사가 함께 만든 ‘푹’(pooq)을 합치기로 했다.

싱가포르 최대 통신사 싱텔과 OTT 자회사에 상호 투자하는 방안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시장은 물론 동남아를 중심으로 한 해외 시장까지 범위를 넓힌다는 목표다. 미국 최대 케이블 사업자 컴캐스트와는 e스포츠 사업을 함께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옥수수가 게임 관련 콘텐츠를 독점적으로 제공하는 플랫폼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박 사장은 “SK텔레콤이 가진 자산과 역량 중 해외에서 통할 것들을 중심으로 글로벌 유수 기업과 협력해 해외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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