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뭘 또 자꾸 쓰라고 하노. 뭐 쓰자고 들면 쓸 끼야 많지만, 그기 뭐 대단한 기라꼬.” (김부연·77)
“내가 살아온 세월을 이렇게 다시 떠올리면서 자서전을 쓸 수 있는 기회가 오다니...” (김길자· 76)
깡깡이마을에 거주 중인 여섯 명의 어르신들의 인생 여행기가‘부끄러버서 할 말도 없는데’라는 책으로 나왔다. 2017년부터 2018년까지 깡깡이예술마을사업단이 시화동아리, 자서전동아리 수업을 통해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시와 그림, 글로 표현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해나온 결과물이다.
시화 작품들로 작년 영도구청과 삼세갤러리에서 첫 전시회를 열었던 어르신들은 자서전 동아리를 통해 보다 긴 호흡의 글로 깡깡이마을의 역사와 자전적인 인생 이야기가 오롯이 담긴 이야기들을 글로 풀어내었다. 정우련 소설가의 지도를 통해 8주 동안 진행된 자서전 동아리의 글 99편과 이민아 시인, 전영주 미술작가의 지도를 통해 진행된 시화동아리의 시화 22점을 엮어‘부끄러버서 할 말도 없는데’를 출간했다.
정우련 소설가의 추천사다.“여섯 사람의 각기 다른 얼굴처럼 저마다 다른 색깔과 향기를 가진 책입니다. 이 화장하지 않은 맨얼굴 같은 글을 읽으면 살아온 시대는 다를지라도 세대를 초월한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각자 자신의 살아온 이야기를 썼지만 이것은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 테니까요.”
어르신들의 이야기가 역사성과 향수를 자아내게 한다.
“나는 월남에 가는 것을 부모님께 알리지도 않았고 그때의 내 마음은 한 없이 괴로웠다. (중략) 갑판에 올라가 보니 배는 3부두를 출항. 초량과 수정동의 불빛만 깜빡깜빡 나의 두 눈에서는 눈물이 한 없이 흘러내렸다.” (조창래·74)
“나는 40년생 나이는 팔십. 2018년 3월 다리 수술해 잠깐 쉬고 4월 18일부터 지금까지 빨간 글 휴무 아닌 이상 논 적 없다. 그리고 내가 걸어온 발자국 계단 말없이 뒤돌아보니 한스럽고 대단했고 정말 좋은 느낌.” (서만선·80)
“그때는 온 동네가 왁자지껄했다. 외지에서 대평동으로 일하러 도선장에서 배를 타고 사람들이 많이도 왔다. 8시부터 시작해 조선소 배에서 망치 가지고 두드리면 온 동네가 시끄러웠다. 철공소 기계소리, 조선소 깡깡이소리, 참 힘들었지만 그때가 좋았다. 사람 사는 맛이 있었기 때문이다.” (박송엽· 67)
일제강점기를 거치고 6.25 전쟁, 베트남전 참전, 자식들을 위해 조선소에서 억척스럽게 깡깡이 일을 한 과거 등 역사 수업 시간 속에서나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들을 덤덤하게 들려주고 있는 깡깡이마을 어르신들의 인생 이야기가 담겨 있는‘부끄러버서 할 말도 없는데’의 경험담이다.
근대수리조선 1번지 대평동의 다양한 공업사들에 대한 인터뷰와 사진기록을 엮은‘대평동 공업사를 만나다’도 함께 발간됐다.두 책을 통해 깡깡이마을의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깡깡이예술마을산업단은 전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