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매매가 올 들어 1.22% 상승…전국 최고
외지인 거래↑…"500만원에 1채" 갭투자자 매집
“와서 한 채만 사서 가시는 분은 없어요.”
5일 전남 광양 중동 A공인 중개업소 관계자는 “세를 끼고 500만원이면 집 한 채를 살 수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최근엔 발빠른 수도권 투자자들이 몰려오고 있다는 게 이 중개업소 관계자의 얘기다. 일대 새 아파트 공급이 거의 없는 탓에 전셋값이 매매가격에 육박한 영향이다.
◆‘인구 15만’ 광양, 집값 상승률 1위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광양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주 0.22% 상승해 전국에서 가장 많이 올랐다. 연간 기준으로도 전국 최고다. 올해 들어 1.22% 올라 대구 서구(0.87%)를 멀찌감치 앞질렀다. 인구 15만명 규모 소도시가 전국 집값 상승률 1위에 오른 건 이례적이다. 지난해 가을 이후 반년 가까이 줄곧 오름세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가격이 0.77%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전셋값도 꾸준히 오르는 중이다. 올해 들어서만 0.32% 상승해 세종시(0.87%)와 충남 논산(0.36%) 다음으로 많이 올랐다.
20년차 안팎 아파트 단지의 경우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차이가 거의 없다. 중동 ‘성호2차’ 전용면적 59㎡는 지난달 최고 8200만원에 거래됐는데 같은 달 전세 최고가는 8000만원을 기록했다. 세를 안고 200만원이면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는 셈이다. A공인 관계자는 “수리를 바로 마친 물건이라도 매매와 전세의 갭(Gap)을 1500만원 안쪽에서 맞출 수 있다”며 “5000만~1억원을 들고 와서 5~10가구씩 사는 투자자도 있다”고 귀띔했다.
일대에선 2000만원이면 못 사는 아파트가 없다는 말도 나온다. 광양시청 바로 앞 ‘태영2차’ 전용 59㎡는 전세를 끼고 1000만원이면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다. 매매가격은 1억~1억500만원 안팎인데 전셋값은 9000만원 후반대다. 맞은편 ‘금광1차’ 같은 면적대는 한 채를 사는데 필요한 목돈이 1000만원도 들지 않는다. 인근 마동 ‘금광블루빌’ 전용 74㎡는 올해 초 1억4000만~1억4800만원에 매매거래됐는데 전셋값이 1억3500만원 안팎이다.
신축 아파트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올해로 입주 6년차인 중동 ‘대광로제비앙2차’ 전용 74㎡는 매매와 전세가격 차이가 3000만원가량에 불과하다. 이 면적대는 지난달 1억9000만원에 손바뀜해 2억원 선에 근접했다. 1년 전만 해도 1억4000만원 안팎에 거래되던 주택형이다.
◆“갭 투자자 몰려”…외지인 거래 60%↑
일선 중개업소들은 투자수요가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한다.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차이가 거의 없다 보니 서울 등 수도권 투자자들이 내려와 ‘쓸어담기’ 식으로 매집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마동 B공인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거래가 부쩍 늘고 있다”며 “발빠른 투자자들은 이미 재작년부터 들어와 재미를 봤다”고 전했다.
투자자들의 거래는 급격히 늘어나는 중이다. 광양 아파트 매매거래 가운데 외지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말 20~30% 중반대에서 올해 1월 61%(437건)로 급증했다. 한 아파트는 올해 들어서만 143건이나 거래됐다. 같은 기간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전체 거래량(178건)과 맞먹는 수준이다.
이처럼 투자자들이 몰리는 건 일대 공급이 없어서다. 광양은 지난해 새 아파트 입주가 420가구에 불과했다. 내후년까지 예정된 입주물량도 아예 없다. 중동 C공인 관계자는 “올해 여수 웅천지구 입주가 몰리고 내년엔 순천에 새 아파트 입주가 있지만 가격 편차가 커 완전히 다른 시장”이라며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을 밀어올리는 전형적인 상승추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주변 산업단지의 소비력이 높은 것도 임대수요를 뒷받침하는 요인이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여수산단 근무자들도 집값이 싼 광양에서 전셋집을 찾는다”며 “지방 발령을 받아 가족단위로 집을 구하는 이들도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집값 상승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여수·순천·광양 일대 입주가 많지 않은 까닭이다. 그러나 ‘묻지마 투자’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매매가격이 저렴한 집은 상태가 좋지 않아 전세가 잘 나가지 않거나 수리비가 더 많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며 “여러 채를 소유할 경우 전세가격이 조금만 출렁여도 연쇄적인 영향이 있는 만큼 자금조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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