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대외금융자산 4130억弗
처음으로 외화보유액 웃돌아
[ 이태훈 기자 ] 지난해 민간부문의 해외자산이 늘면서 처음으로 순대외금융자산이 외화보유액을 넘어섰다. 순대외금융자산은 대외금융자산에서 대외금융부채를 뺀 것이다. 순대외금융자산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대외 위험에 대한 방어 능력이 높아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1일 국제금융센터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우리나라의 순대외금융자산은 4130억달러로 외화보유액(4037억달러)보다 많아졌다. 1년 전(2617억달러)보다 1513억달러 증가했다. 해외에서 받을 돈은 늘었는데 갚아야 할 돈이 줄어든 영향이다. 순대외금융자산은 2014년 3분기 플러스로 전환한 뒤 2017년 말까지 2000억달러대를 유지하다 지난해 큰 폭으로 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외금융자산은 외화보유액과 정부의 대외채권 등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으로 나뉜다. 작년에는 민간부문 금융자산의 증가세가 뚜렷했다.
대외금융자산 중 내국인의 해외 직접투자(3876억달러)는 전년에 비해 270억달러 증가했고 증권투자(4557억달러)는 311억달러 늘었다. 금융회사에서 해외 주식 및 채권을 사들여 민간의 대외금융자산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이 자동차 전장부품 기업 하만을, SK하이닉스가 도시바메모리를 인수한 것도 대외금융자산이 증가한 배경 중 하나다. 중앙은행의 준비자산인 외화보유액은 2017년(3893억달러)보다 144억달러 증가했다.
반면 대외금융부채는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가 떨어지고 주가가 하락한 영향으로 924억달러 줄어들었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순대외금융자산이 외화보유액보다 처음으로 많아진 만큼 민간부문의 대외 지급 여력이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무라는 순대외금융자산이 외화보유액을 넘어선 것을 두고 “민간부문의 외화자립도가 크게 향상되는 등 대외 위험에 대한 완충망이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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