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체 치료제가 의약품 시장의 판도를 흔들고 있는 가운데 신기술인 '이중항체'가 주목받고 있다. 항암치료에 적용했을 때 효과가 개선될 것으로 전망돼서다. 글로벌 제약사들 틈에서 한미약품, 파멥신 등이 움츠렸던 날개를 펴고 있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중항체가 차세대 항체 치료제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중항체는 2개 혹은 여러 개의 표적을 목표로 하는 항체 의약품이다.
쉽게 설명해 항체는 병을 일으키는 항원과 합쳐져 항원의 활동을 억제하고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단백질인데 이중항체는 말 그대로 두 가지의 항체가 두 개의 항원을 동시에 잡는 것이다.
이중항체는 항암치료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어 부각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개발하고 있는 면역관문 억제제를 놓고 보면 단독으로 투여했을 때 고형암 치료율이 낮다는 단점이 있지만 면역관문억제제와 기존 항암제를 같이 투여(병용)했을 때는 항암 효과가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중항체 의약품은 병용투여법의 단점을 해결할 수 있어 각광 받고 있다. SK증권에 따르면 시장규모는 지난해 1억8000만 달러에서 오는 2030년 93억 달러로 연 평균 34%의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달미 SK증권 연구원은 "면역관문 조절 항암 치료제 개발을 할 때 이중항체 기술을 이용하게 되면 서로 다른 두 가지 면역관문 조절 표적들을 동시에 결합할 수 있다"며 "이중항체로 항암제의 효능과 수율을 높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국내 이중항체 개발 선두주자로는 한미약품, 파멥신, ABL바이오 등이 꼽힌다.
한미약품은 북경한미가 자체 개발한 이중항체 플랫폼 기술인 '팬탐바디'를 보유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이 기술을 활용해 면역관문과 암세포 항원을 목표로 하는 이중항체를 제조하는 등 다양한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을 보유하고 있다.
파멥신은 완전인간항체 제조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항체를 접목시키는 이중·다중표적항체 제조기술을 가지고 있다. 이를 적용한 표적 항암제가 '타나비루맵'이다. 타니비루맵은 종양신생혈관형성을 억제, 암세포 성장과 전이를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신생사인 ABL바이오는 파키슨병 치료제(ABL301) 등 다양한 이중항체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ABL바이오가 개발한 이중항체는 두 개의 표적항원 결합단편이 멀리 떨어져 있어 다른 이중항체보다 효능이 좋다는 설명이다.
이달미 연구원은 "전체 항체 시장 중 항암 항체치료제가 전체 항체치료제의 50% 수준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며 "국내 이중항체 개발사인 ABL바이오는 면역관문과 암항원을 동시에 억제하는 파이프라인을, 한미약품과 파멥신은 이에 더해 이중항체 제조 플랫폼까지 보유하고 있는 만큼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