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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증세가 방만 재정 떠받치는 방편 돼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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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어제 ‘재정개혁보고서’를 정부에 제출하고 약 11개월간 활동을 종료했다. 특위가 권고한 세제분야 24개 과제는 대부분 방향 제시에 그쳤지만, 고가 1주택자 과세 확대와 상속·증여세 체계 개편에 대해선 비교적 상세안을 내놔 주목을 끈다. ‘증세’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어도 늘어날 재정수요에 대비해 ‘부자 증세’ 필요성을 시사한 셈이다.

고가 1주택자 과세 확대방안은 장기보유 공제한도(80%)를 유지하되, 공제기간(최장 10년)을 늘리라는 것이다. 또한 일반 1주택자도 양도세 비과세 요건에 거주기간을 추가할 것을 주문했다. 이른바 ‘똘똘한 한 채’를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한 집에 오래 산 1주택자에게 단지 집값이 올랐다고 세금을 올리라는 게 조세형평에 맞는지 의문이다.

‘100년 갈 조세개혁’을 하겠다던 특위가 상속·증여세의 징벌적 세율 문제점을 고민한 흔적이 안 보인다. 국내 상속세율이 OECD 최고(50%, 대주주 65%)이고, 호주 스웨덴 등 12개국은 상속세를 아예 폐지한 것은 검토 대상도 아니었다. 과세체계 합리화를 위해 상속총액 과세(유산세)에서 상속인별 과세(유산취득세)로 전환하고 중견·중소기업의 가업상속 세부담을 낮추라면서, 동시에 과표구간·공제제도를 조정해 세수가 줄지 않게 하라는 권고도 납득하기 어렵다.

특위는 ‘혁신적 포용국가를 견인하는 지렛대’로서 재정의 역할을 강조하면서도 그로 인해 5년간 332조원이 드는 재정 수요를 언급하지 않는 대신 오히려 ‘세수 확충’을 재정개혁 방향으로 주문했다. 정상적인 정부라면 국민 세금을 한 푼이라도 허투루 낭비하지 않게 힘써야 할 텐데, 거꾸로 방만한 지출 수요에 맞춰 세금을 더 걷으라는 말로 들린다.

조세는 기본적으로 ‘넓은 세원, 낮은 세율’ 원칙 아래 모든 국민이 수긍하고 기꺼이 낼 수 있어야 공평하고 정의롭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조세정책이 자꾸 특정계층에 대한 ‘벌주기 수단’으로 기우는 게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 지난해 법인세율 인상이나 특위가 종합부동산세 및 금융소득 종합과세 강화를 권고한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 국민에게 세금 걷는 것을 너무 쉽게 여기는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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