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올림픽' MWC
MWC 달군 화두는 5G
[ 임현우 기자 ]
어딜 가도 ‘5세대(5G) 이동통신’이었다.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인 ‘MWC19’가 열리고 있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피라그란비아 전시장은 5G 이동통신 관련 제품과 서비스를 쏟아낸 업체들의 홍보전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지난해만 해도 5G와 관련해 ‘미래 청사진’ 수준의 전시가 적지 않았지만 올해는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전시물이 부쩍 늘었다.
누구나 공연·게임 즐기며 ‘5G 파티’
LTE(4세대 이동통신)보다 최대 20배 빠른 5G의 특성을 활용한 음악 공연이 곳곳에서 열려 마치 축제에 온 듯했다. 일본 통신회사 NTT도코모는 한 시간에 한 번씩 ‘5G 사이버 잼’ 콘서트를 열었다. 다른 장소에서 연주하는 밴드의 소리와 영상을 5G망으로 전송해 3차원(3D) 홀로그램으로 띄워 눈앞에서 실황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줬다.
중국 통신장비업체 ZTE가 피아노와 드럼을 합주하는 ‘로봇 뮤지션’으로 분위기를 띄우는 가운데, 근처에선 중국 최대 통신사 차이나모바일이 화웨이 바로 맞은편에서 5G 솔루션을 전시했다.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한 레이싱 게임 체험 등은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어 ‘더 이상 특별한 기술이 아니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통신망의 판이 바뀔 때마다 보수적으로 움직이던 유럽 업체들도 5G를 전면에 내세웠다. 프랑스 최대 통신사 오렌지는 전시장 한쪽에 고객센터 사무실을 마련했다. 상담원 앞에는 컴퓨터와 서류가 하나도 없고, AR 글라스만 쓴 채 가상공간에서 방문객을 맞이했다. 5G와 AR을 활용한 ‘홀로파티’ 기술을 소개하기 위해 꾸린 콘셉트 부스다.
독일 T모바일은 베를린 사옥에서 시범 운영 중인 ‘스마트 빌딩’ 솔루션을 소개했다. 곳곳에 센서를 깔아 사람들의 동선과 온도, 습도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건물 관리의 효율성을 높였다고 했다. 에릭슨과 노키아도 5G 활용 사례와 통신장비들을 소개했다.
중동의 통신업체들은 5G망 기반 모빌리티(이동수단)를 대거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카타르 오레두는 최근 시험비행에 성공했다는 ‘세계 최초 5G 플라잉 택시’를 큼지막하게 들여놨다. 사우디텔레콤은 두 명씩 탑승할 수 있는 ‘5G 플라잉 드론’을 전시하고 관람객이 VR 기기를 착용해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고객 지갑 열 ‘킬러 콘텐츠’ 발굴 경쟁
MWC에 참가한 업체마다 ‘피부에 와 닿는 5G 서비스’를 보여주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역력했다. 작년 12월 한국을 시작으로 올해는 미국, 중국, 일본 등의 통신사들이 5G 상용화에 나선다. 하지만 ‘5G가 되면 대체 뭐가 좋아지느냐’에 의문을 갖는 소비자가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통신비가 오르고, 폰값만 비싸지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개인과 기업 고객을 겨냥한 ‘킬러 콘텐츠’ 경쟁은 국내 통신 3사가 주도하는 모습이었다. SK텔레콤은 ‘5G 하이퍼 스페이스 플랫폼’을 관람객이 체험하도록 했다. VR 기기를 쓰고 국내 한 호텔을 그대로 복제한 가상공간에 들어가면 객실에 묵는 체험을 할 수 있다. 가상공간에서 내비게이션을 따라 이동하고, 회의실 예약을 위해 스마트 오피스 등 전혀 다른 공간으로 순간 이동할 수도 있었다.
KT는 연내 서울 동대문 노보텔앰배서더호텔에 도입하는 ‘5G 인공지능(AI) 호텔 로봇’을 선보였다. 투숙객이 요청한 물품을 들고 스스로 경로를 찾아 배달하는 로봇이다. 엘리베이터에 타거나 사람을 마주치면 옆으로 피할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MWC 전시장과 경기 평택의 LG전자 소재·생산기술원을 실시간으로 연결한 ‘5G 스마트 팩토리’를 시연했다. 바르셀로나에서 조종하면 평택의 물류로봇이 부품을 선반에 싣고 내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모바일월드콩그레스라는 오랜 행사 명칭을 버리고 MWC로 이름을 바꾼 올해는 전시 범위도 대폭 넓어졌다. 신작 스마트폰 못지않게 AI, 사물인터넷(IoT), 블록체인 등 다양한 영역의 업체가 참여했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한 이동통신 경쟁을 넘어 ‘초연결 시대’를 지향하는 통신업계의 큰 흐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르셀로나=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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