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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수공 '35년 갈등'…댐관리 주도권 놓고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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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공공기관 기능 조정'으로
수공, 한수원 댐 위탁운영키로

물관리 놓고 오랜 '밥그릇 싸움'



[ 조재길/심은지 기자 ] “우리 수력댐을 가져가서 물장사하려는 것 아니냐.” (한국수력원자력)

“댐을 통합 관리하고 다목적으로 쓰는 게 세계 추세다.” (한국수자원공사)

이름도 비슷한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수자원공사 간 오랜 갈등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댐 관리의 주도권을 놓고서다. 2016년 공공기관 기능 조정에 따라 한수원의 10개 발전용 댐 및 보를 수공이 위탁받아 운영하기로 했지만 한수원이 협상을 거부하고 있다는 게 수공 측 주장이다. 한수원은 “공공기관인 수공이 수조원의 부채 때문에 한수원 댐을 가져가 물장사하려는 의도”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한수원 “14조원 수공 빚이 원인”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최근 페이스북에 “수질 관리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경기도와 서울시에서 엄청난 물값을 받아가는 수자원공사는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안 나온다”며 “4대강 사업 추진 시절의 재정 부담을 물관리 일원화라는 명목 아래 물값을 받아 피해나가려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 “수공의 물관리 일원화 시도는 수많은 지방자치단체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며 “환경부가 수공에서 정확한 보고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노파심이 든다”고 덧붙였다.

수공이 한수원 댐을 가져간 뒤 각 지자체를 대상으로 높은 ‘물값’을 청구할 것이란 게 정 사장의 얘기다. 한수원 관계자는 “수공은 지금도 자체 다목적댐에서 원수 그대로의 물을 흘려보내며 ㎥당 52.7원의 물값을 청구하고 있다”며 “물을 무상 공급하는 한수원 댐을 가져가 새 수익원으로 삼으려는 꼼수”라고 강조했다.

한수원은 수력댐에서 매년 3000억~4000억원의 발전 수익을 거둬 부채가 14조원에 달하는 수공이 더욱 눈독 들이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수공 “국가 편익 위해선 통합 필수”

수공은 2016년 정부 결정에 따라 한수원 댐을 통합·운영하기로 했는데 한수원이 협의에도 응하지 않는 건 문제라고 주장했다. 수공 관계자는 “정부 결정 후 약 2년간 30~40차례 만났지만 한수원이 끝없이 새 조건을 내걸어 협상이 결렬됐다”며 “한수원이 국가 편익은 고려하지 않고 자기 이익만 따져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수공은 한수원의 수력댐을 넘겨받으면 전력 생산뿐만 아니라 홍수·가뭄 대비, 용수 확보 등 다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수공 측은 “한수원의 댐 관리 인력을 그대로 두되 수량 의사결정권만 가져온다는 타협안을 제시했지만 한수원이 협의조차 거부했다”며 “수력댐을 발전 외 여러 목적으로 활용하는 게 세계적 추세란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물값 논란과 관련해 수공은 수력댐을 가져오더라도 하천법에 따라 각 지자체에 물값을 청구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해명했다.

수공 관계자는 “한수원이 비상발전에 대비하기 위해 수력댐을 그대로 둬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수력으로 생산하는 전력은 전체의 0.17%밖에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신경전 고조…정부 “연내 결론”

두 기관의 갈등이 최근 표면화됐지만 불씨는 1984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당시 공공기관 기능 조정에 따라 여러 댐을 한수원과 수공이 ‘나눠 먹기’식으로 가져가서다. 두 회사는 이후 35년간 댐 관리의 주도권을 놓고 티격태격해왔다.

한수원과 수공의 신경전이 고조되자 국무조정실이 중재에 나섰다. 작년 말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등과의 공동 협의에서 ‘2019년 하반기까지 연구용역을 거쳐 수력댐 기능 조정을 재추진한다’는 데 합의했다. 정부 관계자는 “오는 6월 물관리기본법이 시행되면 국가물관리위원회가 구성되기 때문에 여기서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최대한 올해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조재길/심은지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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