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업계 파장 감안해 세밀한 법률 검토 작업 진행"
[ 하수정 기자 ] 금융감독원이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운용 위반 혐의에 대한 제재안 심의를 무기한 연기했다. 증권업계에 큰 파장을 줄 수 있는 사안인 데다 심의 과정에서 논쟁이 첨예해지자 추가 법률 검토 후 신중하게 결정할 방침이다.
2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오는 26일, 또는 28일 열릴 제재심의위원회에서 한투증권 조치안을 상정할 계획이었지만 이를 철회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업계에 미치는 영향 등을 감안해 세밀한 법률 검토 작업을 진행키로 했다”며 “당분간 제재심 일정을 확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과 지난달 열린 두 차례 제재심에서 한투증권 징계 안건을 논의했지만 심의위원 간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려 결론을 내지 못했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 15일 열린 ‘공정거래위원회·금융위원회·금감원 공시업무 분야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식’에서 “2월 중 한투증권 제재심이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한투증권은 지난해 5월 금감원 종합검사에서 8건의 위법 사항이 적발됐으며 이 중 4건이 중요 사항으로 분류돼 제재심에 상정됐다. 핵심은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불법으로 운용한 혐의다.
한투증권은 지난해 발행어음 조달 자금을 특수목적회사(SPC)인 키스아이비제십육차에 대출했다. 이 SPC는 이 자금으로 SK실트론 지분 19.4%(1673억원 규모)를 사들였다. 이 과정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SK실트론 주가 변동에서 발생한 이익이나 손실 등 모든 현금흐름을 이전하는 파생거래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었다.
금감원은 이를 근거로 한투증권이 개인 신용공여를 금지한 발행어음 운용 규제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자본시장법에는 단기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은 50% 이상을 기업금융으로 운용해야 하며 개인 신용공여에는 쓸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대해 한투증권은 적법한 절차에 걸쳐 이뤄진 기업 대출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투증권은 김앤장을 포함한 다수의 로펌으로 구성된 변호인단을 꾸려 적극 대응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한투증권에 이어 종합검사를 벌였던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에 대해서도 위법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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