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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의 생활 속 경제이야기] 마트 진열대와 多브랜드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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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 KDI 전문연구원 >


기업 간 경쟁은 소비자에게 더 큰 편익을 가져다주는 원천이다. 기업 스스로 사은품이나 할인 혜택을 줄 때가 많은데 이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인 경우가 많다. 소비자에게 커다란 기회가 되지만 기업에는 여간 피곤하고 성가신 일이 아니다. 이 때문에 경쟁에서 승리한 기업은 다시는 경쟁의 세계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런 현상은 라면시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국내에는 200여 가지의 라면이 판매되고 있다. 이들 200여 가지 라면 대부분은 4개 회사에서 생산된다.

국내 라면 제조회사가 4개뿐이었던 건 아니다. 1965년 정부는 국민의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혼분식 장려운동(쌀 소비를 줄이기 위한 정부 주도의 식생활 개선 국민운동)을 펼치면서 라면 소비를 장려했다. 국내 최초의 라면인 삼양라면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다른 회사들이 속속 라면사업에 뛰어들었다. 롯데공업(현 농심), 동방유량, 럭키(LG), 빙그레, 오뚜기, 야쿠르트, 풍년식품, 신한제분, 풍국제면, 해피라면, 스타라면 등이 라면사업에 새로이 진출했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한두 회사씩 사업을 접기 시작했고, 이후 라면사업은 승자 중심으로 재편됐다. 경쟁에서 살아남은 라면회사들은 새로운 방식을 도입했다. 맛과 특성을 조금씩 변화시킨 신제품을 대거 출시해 마트 진열대를 채웠다. 그렇게 하면 진입장벽을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소비자들이 마트에서 라면을 고를 땐 제조사명이 아니라 브랜드를 보기 때문에 더 다양한 브랜드의 라면을 출시하면 새로운 경쟁자의 진입을 막으면서 수요에 지속적으로 부응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는 국내 시장만의 특성이 아니다. 일본 인도네시아 등의 라면 시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시리얼도 마찬가지다. 마트에 가면 여러 종류의 시리얼을 볼 수 있다. 이들 시리얼은 제각기 맛이 다르거나 기능에 차이가 있다. 어떤 시리얼을 고를지 고민해본 경험이 누구나 한번쯤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들 시리얼을 만드는 회사도 두세 곳에 불과하다. 소수의 회사가 그 다양한 시리얼을 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특정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소수의 기업이 수많은 브랜드의 제품을 출시하는 데는 신규 기업의 시장 진입을 막기 위한 전략도 숨어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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