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결과에 맞는 정보 택하는 속성 탓
가짜 정보에 현혹되고 잘못된 믿음 강화
정보 수집보다 판단하는 능력이 더 중요
곽금주 < 서울대 교수·심리학 >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는 것은 피곤한 일이다. 정보는 인간 생존에 필수적이고, 많은 정보를 소유하는 것은 또 하나의 강력한 경쟁력이다. 그러나 이제는 많은 정보를 갖는 것이 아니라 그 많은 정보를 제대로 판단하는 능력이 중요해졌다. 개인은 물론 한 사회의 안정과 번영을 위해서 말이다.
가짜 정보가 난무하면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그 사회는 병들게 된다. 편향되거나 왜곡된 정보, 선동적인 정보, 심지어 사실과 진실을 보장해야 하는 뉴스가 가짜일 경우 그 사회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가짜 뉴스에는 오보(misinformation)와 허위 정보(disinformation)가 있다. 오보는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고 잘못됐거나 부정확한 정보다. 허위 정보는 악의적인 의도로 창작돼 퍼뜨려지는 정보다.
신기하게도 이런 가짜 뉴스가 파급력이 더 크다. 미국에선 2016년 대선 기간에 사실인 뉴스보다 가짜 뉴스가 더 많이 공유되기도 했다. 제일 강력했던 가짜 뉴스는 힐러리 클린턴이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무기를 팔았다는 것과 교황이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했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너무나 허황돼 보이는 이 가짜 뉴스는 삽시간에 전 세계로 퍼졌다.
가짜 뉴스가 지닌 정보가 때로는 더 매력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가짜 뉴스는 확실한 정보인 양 완벽하게 위장돼 있어 의문의 여지 없이 믿게 된다.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에 비교적 군더더기 없이 즉각적으로 답을 해주기 때문이다. 때로는 사람들이 은근히 바라는 결말에 적합한 답을 제공하기도 한다.
인간은 과학자와 같은 면모를 갖고 있어서 어떤 사건을 접할 때 왜 그럴까, 누가 그랬을까라는 의문을 가진다. 그리고 즉각적으로 그에 대한 답을 찾으려는 본성을 갖고 있다. 예컨대 수업시간에 한 학생이 늦게 강의실에 들어오면 다른 학생들은 ‘저 친구 늦잠 잤구나’ ‘저 친구 버스를 놓쳤구나’라고 나름대로 원인을 즉각 떠올린다.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일에도 우리는 그 원인을 궁금해한다. 그리고 답을 찾고 나면 더 이상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렇게 원인을 탐구하는 속성은 스스로 합리적이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구 때문이다. 이런 나름의 합리성이 스스로를 함정에 빠뜨리기도 한다. 믿음을 확인시켜주는 정보만 받아들이는 확증편향이 한 예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자신이 바라는 결과에 부합하는 정보를 수집하려는 욕구를 갖고 있다. 자신이 원하는 결말에 적합한 정보에만 집중하고 다른 정보는 무시하도록 동기화돼 있다. 이는 자신을 보호하고 방어하기 위한 무의식적인 합리화다. 자신이 원하는 결과에 맞는 정보는 자신의 생각이 옳은 거라고 지지해주는 것 같아 편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이런 것을 방해하는 다른 정보들은 배척해 스스로를 보호하고자 하는 욕구가 발동하는 것이다.
우리는 자신이 원하는 결말을 어느 정도 만들어서 가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그 결말에 맞는, 편하게 느껴지는 정보를 발견하면 자동적으로 그것을 택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정보가 타당하고 옳은 것이라는 생각은 더 견고해진다. 이런 비이성적인 정보처리 패턴이 ‘동기화된 합리화(motivated reasoning)’다.
동기화된 합리화로 인해 가짜 정보를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고 믿게 되면 그것이 가짜라고 밝혀지더라도 쉽게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 그 사이에 가짜 뉴스는 진실이 돼 순식간에 확산된다.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정보는 진실이라는 착각 또한 더해진다.
혼란이 계속될수록 우리는 더욱더 분명한 답을 찾으려 한다. 그럴수록 동기화된 합리화는 더 강하게 작동한다. 결국 정보에 대한 판단력이 떨어져 가짜 뉴스에 현혹되고, 잘못된 믿음은 더욱 단단해진다. 이런 악순환 탓에 사회는 점차 혼란해지면서 병들어갈 수밖에 없다. 가짜 뉴스가 극심해지고 있는 우리 사회를 보면서, 합리적이라고 착각하는 비이성적인 인간의 모순을 다시금 확인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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