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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면 다 소통? 기업들, 사진만 찍고 끝나는 '쇼통 피로감'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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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고문 소통'에 두번 우는 기업들

현장 목소리엔 귀닫은 경제소통 행보 부담
(1) 협조 압박 - 홍영표, 삼성 찾아 "SW 인재 10배 늘려라"
(2) 정책 선전 - 홍남기 "車산업 대책 나온다" 원론만 얘기
(3) '답정너' 되풀이 - 이재갑 "최저임금 차등화 실현에 의문"



[ 임도원/서민준/성수영 기자 ]
정부의 경제 소통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기 경제팀 출범과 함께 “그간 산업계의 어려운 점을 경청했는지 돌아봐야 한다”며 소통 쇄신을 주문했지만 정작 정부 부처와 여당은 기업인, 소상공인과 ‘희망고문 소통’만 늘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 소통 과정이 오히려 기업을 압박하거나 정책을 선전하는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사진 찍기용’ 형식적 만남

정부의 경제 소통이 ‘쇼통’으로 비판받는 주된 이유는 ‘사진 찍기’ 외에 별다른 의미를 찾기 힘든 형식적 행사가 많아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자동차 부품업체 서진캠을 방문한 자리에서 “자동차 부품산업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원론적인 발언을 한 뒤 “다음주 자동차 부품산업 활력 대책을 정부가 발표할 것”이라며 이미 알려진 것을 전달하는 정도로 행사를 진행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같은 날 경남 창원의 자동차 부품업체인 한황산업을 방문해 비슷한 내용을 알리는 데 그쳤다. 이 행사에서 외부에 알려진 성 장관의 발언은 “현장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정도였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달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을 방문해 이재용 부회장에게 “삼성에 대한 안팎의 기대와 주목에 상응하게 잘해주길 바란다”는 식의 덕담을 건넸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제약바이오업계와의 간담회에서 “정부는 제약산업 육성 및 글로벌산업 지원 계획을 차질없이 시행하겠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전달하는 정도로 행사를 마쳤다.

기업이 뭐라 하든…‘답정너’

‘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하면 된다’는 식의 ‘답정너’ 소통도 눈에 띈다. 기업으로부터 어떤 의견을 듣든지 귀를 막고 기존 태도를 되풀이하는 식이다.

성윤모 장관은 지난달 청와대에서 열린 ‘2019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신한울 3·4호기 원전 공사 재개를 호소하는 한철수 창원상공회의소 회장 질의에 “신한울 3·4호기 공사 재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닐 뿐만 아니라 정부의 에너지 정책과도 모순된다”고 못 박았다.

한 회장은 행사 직후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원전업계는 올해 하반기면 일감이 끊기기 때문에 현 정부 들어 백지화한 신규 원전 6기 중 신한울 3·4호기만이라도 살려달라는 것인데 정부는 기업의 절박함을 모르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같은 행사에서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도 최저임금 차등화를 요구하는 참석자 발언이 나오자 “최저임금 차등화는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많이 든다”고 잘라 말했다. 이 장관은 지난해 12월 소상공인연합회 간담회에서 최저임금 산정기준에 주휴시간을 포함한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소상공인의 반대 의견에 “시행령 개정은 어쩔 수 없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이 간담회에 참석한 한 자영업자는 “이럴 거면 이런 행사를 왜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애로 듣겠다더니 오히려 압박?

경제 소통 행사가 기업 압박으로 변질되는 사례도 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30일 삼성전자를 찾아 이재용 부회장에게 “사회적 책임도 다해달라”며 고용 확대를 압박했다. 홍 원내대표는 “삼성이 소프트웨어 인적 자원이 부족해 연간 2000~1만 명을 육성한다고 하는데, 10배 정도 늘려줬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이낙연 총리는 같은 날 현대·기아자동차 남양연구소를 방문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에게 “‘걱정은 안 해도 됩니다. 기대는 해도 됩니다’ 이런 메시지를 받고 싶어서 왔다”며 경영 실적을 압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달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해 “통신장비 종속과 보안 문제를 특별히 세심하게 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내 이동통신 3사 중 유일하게 중국 화웨이 장비를 구매한 LG유플러스에 ‘통신장비 종속’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일종의 경고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압박성 발언은 외국계 기업과의 만남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정승일 산업부 차관은 지난달 독일계 펌프 제조업체인 윌로펌프를 방문해 “협력업체와의 상생협력 강화와 양질의 일자리 확대에 더욱 많은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주문했다.

윤기찬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17일 논평을 통해 “홍영표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자영업·소상공인과의 간담회에서 정책 선전에만 열을 올렸다”며 “통계적 수치가 경제 실패를 명확히 보여주는데도 문재인 정부는 이념 무장만 강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도원/서민준/성수영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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