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주총 시즌…팽팽한 전운
'횡령이사 퇴진' 주주제안, 내달 22일 상정
스튜어드십 시행 원년…기관 거센 공세
19일 주총 첫타자 넥센타이어부터 남양유업·무학·일동홀딩스 표대결 예고
[ 김익환 기자 ]
삼양식품 2대주주인 HDC현대산업개발이 ‘배임이나 횡령으로 금고 이상 형을 받은 이사를 결원으로 처리하자’는 내용의 주주제안을 제기했다. 기관투자가의 수탁자 책임원칙인 스튜어드십코드 시행 원년을 맞아 국민연금과 행동주의 펀드를 비롯한 기관투자가도 주주권 행사 수위를 높이고 있다. 올해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팽팽한 전운이 감도는 모습이다.
잇단 주주제안으로 표대결 예고
14일 한국상장사협의회 등에 따르면 오는 19일 넥센타이어를 시작으로 12월 결산 상장법인의 정기 주총이 시작된다. 넥센타이어는 발행 주식 총수를 3억 주에서 10억 주로 늘리기 위해 정관을 고치는 안건을 상정했다. 정관 변경 후 실제 주식을 발행하면 기존 주주가치가 희석되는 만큼 이 회사 지분 7.87%를 보유한 국민연금 등이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양식품은 내달 22일 열릴 주주총회에서 ‘이사의 자격정지 정관 변경의 건’을 상정한다는 내용의 주주총회 소집 결의 공시를 했다. 지분 16.99%를 보유하고 있는 2대주주 현대산업개발이 주주제안을 한 데 따른 것이다. 횡령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과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받은 김정수 사장을 겨냥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신재욱 현대산업개발 팀장은 “주주로서 의견을 개진했지만 경영진 교체를 의도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정관 변경 안건은 주주 3분의 1 이상 참석에 참석 주주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되는 특별결의 사안이다. 삼양식품은 삼양내츄럴스 등 최대주주가 지분 47.21%를 보유하고 있다. 3대주주인 국민연금(지분율 5.27%)의 지원을 받더라도 현대산업개발이 표대결에서 이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국민연금은 한진칼과 남양유업에 주주제안을 했다. KB자산운용은 광주신세계에 배당을 늘릴 것을 요구하는 서신을 보냈다. 토종 행동주의 펀드인 케이씨지아이(KCGI)는 한진칼과 한진에 자신들의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주주제안을 했다. 미국계 헤지펀드인 SC펀더멘털은 무학 태양 강남제비스코 등에 지배구조를 고치라는 주주제안서를 보냈다. 슈퍼개미로 통하는 약사 최은 씨 등은 지분 8.71%를 보유한 일동홀딩스에 ‘경영 참여’를 선언했다.
지난해 주주제안을 받은 상장사는 포스코 KB금융지주 KT&G 삼천리 대웅 등 12곳이었다. 올해는 이 숫자를 훌쩍 웃돌 전망이다.
주주친화 방안 내놓는 상장사들
기관들의 공세에 대비해 미리 배당 확대 등 주주친화책을 내놓는 상장사도 잇따르고 있다. 한진칼은 주총에서 배당을 확대하는 안건을 올릴 예정이다. 이사진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사외이사 수를 현재 3인에서 4인으로 늘리고, 이사회 산하에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설치하는 안건도 이르면 다음달 주총에 상정할 전망이다.
남양유업과 함께 국민연금의 ‘저배당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현대그린푸드는 2018~2020 사업연도 배당성향을 13% 이상으로 유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이날 회의를 열고 현대그린푸드에는 주주제안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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