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채용공고된 일자리
실업자보다 100만개 많아
채용 보너스에 학자금도 갚아줘
[ 김현석 기자 ] 미국의 구인 중인 일자리 수가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채용공고된 일자리가 실업자 수보다 100만 명 이상 많은 상태가 이어지면서 구직자에게 채용 보너스를 주고 학자금까지 갚아주는 기업도 생겨나고 있다. 다른 회사의 정리해고를 기다리는 기업도 부지기수다.
미 노동부는 지난해 12월 구인 건수가 734만 건으로, 전월 대비 17만 건 증가했다고 1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2000년 12월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뒤 최고치다. 지난해 8월(729만 건)의 종전 기록을 넉 달 만에 갈아치웠다.
미국의 빈 일자리는 작년 12월 기준으로 실업자 630만 명보다 약 104만 개 더 많다. 구직자 1인당 1.2개 일자리가 존재하는 셈이다. 다만 11월의 115만 명 격차보다는 다소 줄었다. 미국의 구인 건수는 작년 3월부터 실업자 수를 웃돌고 있다. 그 전엔 18년간 이런 일이 없었다.
건설부문에서 한 달 만에 채용공고가 10만 개 이상 증가했으며 헬스케어, 호텔, 레스토랑 부문에서 구인 건수가 크게 늘었다. 인력 소프트웨어회사 iCIMS의 조시 라이트 이코노미스트는 “노동력에 대한 견고한 수요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런 기록적 구인 건수는 올 1월 신규고용 호황으로 이어졌다. 지난 1일 노동부가 발표한 1월 신규고용은 100개월 연속 증가해 최장 기간 증가세를 이어갔다. 취업자 수도 30만4000만 명으로 예상치(17만 명)를 훌쩍 넘었다.
그 덕분에 실업률은 완전고용 수준인 4% 이하를 유지하고 있다. 또 1월 시간당 임금 상승률은 전년 대비 3.2%를 기록하는 등 3개월 연속 3%를 웃돌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다.
경기 둔화 전망에도 미국에선 구인난이 심해지는 추세다. 지난달 미국자영업연맹(NFIB) 조사에 따르면 소매업자의 35%가 부족한 일손을 메우지 못하고 있다.
기업은 빈 일자리를 채우기 위해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디트로이트 지역에서 8개 병원을 운영 중인 버몬트헬스는 제너럴모터스(GM)가 예고한 정리해고를 기다리고 있다. 채용공고를 띄워놓은 1500개 일자리 중 사무직 등 500여 개를 채우기 위해서다. 이 병원의 에런 길링햄 인사팀장은 “GM에서 해고된 사람들로 기술, 마케팅, 인사 분야 일자리를 채울 것”이라고 말했다.
CNBC 방송은 제너럴다이내믹스 등 9개 기업이 구직자를 유인하기 위해 최대 1만달러의 보너스를 제시했다고 전했다. 컨설팅회사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구직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신규 채용 때 매년 1200달러(약 135만원)에 달하는 학자금 대출 상환 보조금을 주고 있다. 보험사 애트나도 같은 제도를 통해 1인당 2000달러까지 지원한다. 바클레이즈는 “견조한 고용시장 상황에 비춰볼 때 단기적으로 경제 전망의 하방리스크는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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