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유학생 유치 '양보단 질'
논술 등 까다로운 현지시험 불구
올해 1학기 입시 경쟁률 2.77대 1
전문가 멘토 등 창업지원도 적극
"학생수 감소 대응·글로벌화, 두 마리 토끼 잡을 수 있어"
[ 구은서/정의진 기자 ]
한양대는 2004년 중국 상하이에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위한 사무소를 세웠다. 국내 대학 중 처음이었다. 2007년 법인화된 이 센터에는 현재 6명의 전담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 수를 늘리기 위해서가 아니다. 엄격한 선발시험을 거쳐 우수한 인재를 뽑기 위해서다.
한양대는 매년 5월과 10월 두 차례 서울과 중국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에서 자체 입학시험을 시행한다. 전공시험 대신 ‘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는 이유와 이것이 세계경제에 미칠 영향을 논하시오’, ‘한국의 저출산·고령화 문제 극복 방안과 이 같은 방안이 야기하는 사회적 갈등에 대한 본인의 견해를 서술하시오’ 같은 논술시험을 치른다. 학부과정 입학 시 한국어능력시험(TOPIK) 3급 이상을 요구하는 정부 지침보다 한 단계 높여 TOPIK 4급 이상을 의무화하고 있다. 현지 유학원 면접으로 외국인 유학생을 선발하는 타 대학과는 전형과정이 완전히 다르다.
글로벌 창업으로 ‘윈윈’
12일 한양대에 따르면 이 대학 서울캠퍼스와 에리카캠퍼스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은 3103명(2018년 10월 1일 기준)이다. 까다로운 선발과정에도 불구하고 이 학교 올해 1학기 외국인 유학생 입시 경쟁률은 2.77 대 1을 기록했다. 한양대 국제처 관계자는 “엄격한 선발과 학사관리로 교육의 질을 높이자 의욕적인 우수 인재만 지원하는 선순환 구조가 구축됐다”고 설명했다.
‘창업 명문’ 한양대를 찾아온 외국인 유학생과 국내 학생들이 공동 창업에 나서기도 한다. 카자흐스탄 출신으로 한양대 생산서비스경영학과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 잔아딜 씨(23)는 지난해 같은 전공 박사과정 김슬아 씨(27), 카킴 씨(28·카자흐스탄·한양대 신문방송학과 박사과정)와 함께 KMK라는 의료관광 플랫폼 회사를 설립했다. 카자흐스탄에서 한국으로 의료관광을 오는 이들에게 진료비, 회복기간 등 의료정보를 미리 제공하고 검사나 입원수속 시 통·번역을 돕는 서비스다. 잔아딜 씨는 “어머니, 할아버지가 허리디스크 치료를 위해 한국의 병원을 찾았던 게 창업의 계기가 됐다”며 “한국 현실을 잘 아는 선배와 서로 배워가며 일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카자흐스탄 국회의원이 이들을 찾아 “양국 젊은이들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카자흐스탄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을 보면서 정부초청 장학생으로 한국행을 택한 잔아딜 씨는 “창업을 목표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창업지원이 우수한 대학을 택했다”며 “한양대의 창업전용 기숙사인 ‘247 스타트업 돔’에 입주해 사무실 부담을 해소할 수 있었고 의사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 분야 멘토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국내외 학생들 시너지 효과가 목표”
최근 대학가에서는 외국인 유학생이 ‘뜨거운 감자’다. 학령인구 감소, 등록금 동결 등 대내외 위기에 직면한 국내 대학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질보다 양’에 치중하면 실력 검증 없는 무분별한 입학, 관리 허술 등으로 대학 교육의 질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외국인 유학생 선발제도가 불법 체류자 통로로 전락했다는 지적까지 나오자 법무부가 외국인 유학생 비자 요건을 강화하려고 할 정도다.
이에 대해 한양대 국제처 관계자는 “이제는 영어강좌 수를 세는 수준의 국제화 목표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학생들이 국제화된 시각을 나누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국내 대학들의 숙제”라고 했다. 단순히 “국내 학령인구가 줄어드니 외국으로 눈을 돌린다”는 수준에서 유학생을 모집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한양대는 외국인 장학금 비율을 한국 학생 장학금 비율과 맞춰 형평성을 유지하고, 1 대 1 멘토링 등으로 적응을 돕는다. 상담센터에는 외국인 유학생 전문 상담연구원을 배치했다. 무슬림 학생을 위한 기도실과 할랄 학생식당도 운영 중이다. 540명 규모 외국인 학생용 ‘제6학생생활관(기숙사)’도 신축할 예정이다.
구은서/정의진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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