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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코노미] 일본 수도권에도 빈 아파트 급증…"가치는 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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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가 관리조합 없어
"한국도 노후화 심각"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인해 일본에서 비어가는 아파트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아파트 관리조합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아 기초적인 관리·수선도 하지못하고 방치되는 맨션(한국의 아파트에 해당)이 증가하고 있다. 도쿄도(東京都)가 아파트 관리 상황의 신고를 의무화하는 조례안을 제출하는 등 지자체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작되고 있지만 빈집 증가와 관리부실의 부정적 순환을 끊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국내에서도 인구가 급감하고 있는 지방에서부터 빈 아파트가 사회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관리조합 없는 아파트, 전체의 15.9%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수도권 사이타마현의 한 아파트는 건물 중앙 외벽이 떨어지고 있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철골까지 노출된 상태가 반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 수리를 논의할 아파트 관리조합 회의조차 열리지 않고 있다. 아파트 관리 컨설팅 등을 담당하는 사쿠라 사무소의 한 관계자는 “관리조합이 작동하지 않는 아파트가 빠질 수 있는 흔한 위기”라며 “앞으로 몇 년 후면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에서 관리조합이 없는 아파트를 흔하게 볼 수 있다. 2011년 실시한 일본의 한 조사에 따르면 전체 아파트의 6.5%가 “관리 조합이 없다”고 답변했다. 응답을 하지 않은 물건을 추가하면 ‘없다’고 답한 비율이 15.9%에 달했다.

조합이 없으면 관리 부실의 틈을 노린 침입자로 인해 해당 지역이 범죄의 온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거주 주민 뿐만 아니라 주변 지역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빈 아파트도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매물을 포함한 빈 집의 수는 지난 2013년 10월 현재 약 820만 가구다. 그 중 절반이 넘는 약 471만 가구가 분양 아파트에 임대 아파트 등을 더한 공동주택이다. 이 중 약 173만호는 건축시기조차 명확치 않아 문제다. 빈 상태로 방치되고 있는 아파트의 가치는 사실상 ‘0원’이라고 일본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다.

◆빈 단독주택보다 문제 심각

소유자가 1명인 단독주택 매물이라면 건물을 철거하고 토지만 매각하는 등 선택의 여지가 많다. 그러나 다른 사람과 지분을 공유하는 아파트는 이런 처분이 어렵다보니 빌려주거나 처분하지 못하고 그냥 빈 집으로 방치되고 있다. 일본 전역에서 빈 집 관리를 담당하는 비영리단체(NPO)인 ‘빈 집·공터관리센터’의 우에다 신이치 대표는 ”노후 아파트는 단독 주택보다 빈 집 상태가 장기화 되기 쉽다“고 말한다.

일본 언론들은 ‘아파트 빈 집’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빈 집이 나오는 근본적인 이유를 해소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매물로 나온 아파트가 빈 집이 되는 주된 이유는 상속이다. 급격한 고령화로 상속이 늘고 있어 빈집 증가는 불가피할 것으로 일본 언론들은 예상한다.


◆빈 집 관리 나선 지자체

소유주 자체적으로 빈 아파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워지자 지자체가 나서고 있다. 도쿄도는 조례안으로 관리조합이나 관리 규약의 유무 등을 의무적으로 신고토록했다. 또 조합 설립을 지원하고, 운영 방법에 대해 전문 아파트 관리사들이 상담을 해주도록 하고 있다. 이미 신고를 의무화하는 조례를 시행하고 있는 도쿄도 토시마구는 조합의 유무가 확인되지 않은 아파트에 구청 직원과 관리사들을 보내 조합이 작동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기존 조합의 요청이 있을 경우에만 지원해온 요코하마시는 2018년부터 요청이 없어도 직원들이나 관리사들이 빈집 위험이 높은 아파트를 방문하고 있다.

훗카이도 도마코마이시(?小牧市)는 빈 집 철거 공사를 위한 자금 지원 제도를 올해 만들 방침이다.1981년 5월31일 이전에 건축된 주택이 대상이다. 빈 집의 소유자가 다수일 경우 전원의 동의를 얻는 조건에다 일정 소득 제한도 더할 계획이다. 붕괴 등 위험한 상황인데도 집주인이 대응하지 않을 경우엔 강제 철거하는 방법도 검토 중이다.

◆“빈 아파트, 기부하자”

단독주택이나 임대 아파트 등 소유자가 1명인 부동산은 빈 집이 될 경우 리모델링 후 새로운 거주자를 모집하거나 사무실이나 가게로 임대하는 등 다양한 혁신 방안을 도입하고 있다. 소유자가 여럿인 아파트도 이런 점을 참고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에다 대표는 소유자 사후에 빈집이 될 가능성이 높은 집을 지자체 및 관리 조합에 기부할 수 있는 구조를 제안하고 있다. 그는 “소유자가 불명·부재인 상태를 방지할 수 있다”면서 “아파트 관리는 소유자 책임이라는 기존의 상식에 얽매이지 않는 발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도 30년 이상 주거용 건축물이 46%

국내도 주거용 건축물의 노후화가 심각해지고 있다. 이달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전국 건축물 동향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지은지 30년 이상 된 주거용 건축물은 전체의 46%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선 30년 이상 비중이 32.8%다. 지방에선 30년 이상된 주거용 주택이 50.9%에 달한다. 1990년대 이후 아파트가 대거 지어져 10년 후에는 노후화 비율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990년대 건축된 주택만 551만9000가구에 달한다. 일본의 사회학자 마스다 히로야의 소멸위험지수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 261개 시·군·구 중 총 92개(35%) 지역이 이미 소멸위험진입단계(79개)에 들어섰거나 고위험(13개) 지역이다. 인구가 줄면서 5~30년 안에 지역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인구 감소가 심화될수록 지방의 빈 아파트가 일본처럼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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