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 시행령 개정안 국무회의 통과
특허기업이 불가피한 이유로 관계법인과 거래때 稅면제 추진
김상조 "악용 우려" 반대해 관철
[ 이태훈/성수영 기자 ] 특허 등 독점 기술을 보유한 회사는 일감몰아주기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려던 정부 계획이 백지화됐다. 일감몰아주기 근절을 강조하며 ‘규제 드라이브’를 걸던 공정거래위원회가 반대했기 때문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과세 예외를 인정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해 이를 관철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에 두손 든 기재부
정부는 7일 국무회의를 열어 21개 세법 시행령 개정안 등을 의결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8일 입법예고한 상속·증여세법 시행령 개정안에는 ‘특허를 보유한 수혜법인이 기술적 전·후방 연관 관계에 있는 특수관계법인과 불가피하게 거래한 부품·소재 매출은 일감몰아주기 과세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하지만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한 시행령에는 이 같은 내용이 삭제됐다.
현행 상속·증여세법은 대기업 총수일가 등이 지분을 보유한 특수관계법인의 해당 대기업 관련 매출이 정상거래비율(대기업 30%, 중견기업 40%, 중소기업 50%)을 넘으면 지배주주에게 증여세를 매기도록 한다.
재계에서는 “특허 기술을 보유한 계열사와 어쩔 수 없이 거래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것까지 일감몰아주기로 간주하는 건 글로벌 경쟁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다.
기재부는 재계 의견을 수렴해 특허 보유 계열사와 거래한 매출은 일감몰아주기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한 대기업집단의 총 내부거래 비중이 40%라고 해도 이 중 특허와 관련한 거래 비중이 15%라면 이 대기업집단의 세법상 내부거래 비중은 25%가 돼 일감몰아주기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다.
하지만 일감몰아주기 규제 주무 부처인 공정위가 기재부 안에 반대하며 이 같은 내용은 최종 개정안에서 삭제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파악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과세 기준 매출 범위를 줄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했다. 공정위는 일감몰아주기 과세 예외를 인정하면 기업이 이를 악용할 우려가 있다고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규모 과실주 면허 발급 1년 유예
정부는 이날 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하며 세제 혜택을 주는 성과공유 중소기업 범위를 ‘영업이익이 나는 경우’로 제한했다.
기재부는 지난달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할 때 성과공유 중소기업이 근로자에게 경영성과급을 주면 기업에는 세액공제, 근로자에겐 근로소득세 감면 혜택을 주기로 했다. 성과공유 중소기업이란 경영성과급 우리사주 사내근로복지기금 스톡옵션 등의 제도 중 하나를 도입해 근로자와 성과를 공유하기로 약정한 기업을 말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영업이익이 나지 않는 기업의 경영성과급에 세제혜택을 주는 것은 ‘이익을 공유한다’는 성과공유 중소기업 제도의 취지와 맞지 않아 관련 조항을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소규모 과실주 제조업체에도 주류제조면허를 주는 것은 1년 유예하기로 했다. 현재는 탁주 약주 청주 맥주 제조업체만 소규모 주류제조면허를 받을 수 있다. 기재부는 오는 4월부터 1~5kL의 담금·저장조 시설을 갖춘 과실주 제조업체에 면허를 주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는 업계 의견을 반영해 내년 4월 신청분부터 발급하기로 했다.
이태훈/성수영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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