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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유력지 '이브닝스탠다드', 러시아 이어 사우디 자금도 수혈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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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대주주, 작년 12월 지분 20% 넘겨
사우디 자금 투자될 가능성도

케이만군도 소재 회사가 인수
조세피난처라 알려진 정보 없어

"런던서 가장 영향력 있는 신문"
소유 구조 밝히라는 비판 이어져




영국 도심 길거리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대중적인 무가지 이브닝스탠다드(London's Evening Standard·사진)가 새 투자자를 맞았지만, 몇 달이 지나도록 투자자가 누구인지가 베일에 싸여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우디아라비아 측 자금이 투자되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취재하고 있다.

FT가 최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이브닝스탠다드의 기존 대주주 레베데프홀딩스는 작년 12월 지분의 20%를 1400만파운드(약 204억원)에 케이만군도의 한 회사에 넘겼다. 레베데프홀딩스는 예브게니 레베데프(Evgeny Lebedev)라는 러시아 사람이 이브닝스탠다드를 소유하기 위해 설립한 법인이다. 이브닝스탠다드 주식의 90% 가량을 소유하고 있다. 2017년 초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에 책임지고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와 함께 물러난 조지 오스본 전 재무장관이 그해 5월부터 편집장으로 일하는 중이다.

레베데프는 러시아 KGB에서 근무했던 알렉산더 레베데프의 아들이다. 그는 탐사보도를 후원하겠다고 약속하며 2009년 이브닝스탠다드 지분 65%를 1파운드에 사들였으며 지난해엔 지분율을 89%로 올렸다. 이 과정에서 이브닝스탠다드를 과거에 소유했던 데일리메일의 지분율은 10%로 떨어졌다.

케이만군도는 대표적인 조세피난처기 때문에, 이브닝스탠다드의 새 주주가 누군지에 대해서 아무런 정보도 알려지지 않았다. FT는 레베데프가 소유한 또 다른 신문사인 인디펜던트지도 2년 전 거의 정보가 알려지지 않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사업가 술탄 무함마드 아부랴다엘에게 지분 30%를 넘겼다며 이번 거래와 매우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새 투자자는 이브닝스탠다드 지분을 간접적으로 18% 보유하게 되며 따라서 이사진을 2명까지 임명할 권리를 갖게 되지만 아직 이러한 권리를 행사한 적은 없다. 영국법은 영국 회사의 지분을 25% 이상 보유할 경우 주요 주주에 관한 내용을 신고하도록 하고 있으나 이 경우는 25% 미만 지분이 매각된 사례기 때문에 해당되지 않는다.

FT는 여러 차례 레베데프홀딩스와 레베데프 본인에게 해당 투자자의 신원을 밝혀달라고 요청했으며 사우디 정부가 관련되어 있는지도 문의했으나 거절당했다고 덧붙였다. 이 과정에서 레베데프 측은 레베데프홀딩스의 주주명부를 제공했다. 이 과정에서 케이만군도의 회사가 투자한 사실이 드러났다.

국회에서 디지털 문화 미디어 스포츠 위원회 소속 의원으로 활동했던 폴 패럴리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미디어 소유구조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그렇게 해야 시민들이 해당 언론이 누가 발행하는 것인지 전체적으로 알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런던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신문인 이브닝스탠다드는 새 편집자(오스본 전 재무장관) 명백히 정치적으로 변하고 있다”며 “이는 소유구조를 더 정직하게 밝혀야 할 또 하나의 이유”라고 덧붙였다. 영국 디지털 문화 미디어 스포츠부는 이와 관련해 “우리는 영국 미디어 소유 지분이 이전되는 과정을 신중하게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인디펜던트지의 디지털 부문 지분 30%를 2017년 취득한 사우디 사업가 아부랴다엘에 대해서도 알려진 것은 많지 않다. 소셜미디어에 그가 게재한 프로필에 따르면 그는 사우디아라비아의 투자은행 NCB캐피털에서 일하고 있다. NCB캐피털은 사우디리서치앤드마케팅그룹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아부랴다엘은 스캘러블(Scalable Inc)이라는 회사를 통해 인디펜던트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이는 레베데프홀딩스의 투자 대행사로 등록된 워커스(Walkers Corporate)가 2017년 3월에 신설 등록한 회사 이름과 동일하다.

사우디리서치앤드마케팅그룹은 지난해 인디펜던트지와 4개 언어로 된 웹사이트를 만들기로 하는 라이센싱 계약을 체결했다. 파키스탄 등에서 쓰이는 우르두어, 터키어, 페르시아어, 아랍어다. 지난해 사우디 저널리스트 자말 카슈끄지가 살해당한 후 런던 인디펜던트지 구성원들은 사우디 측이 편집권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을 우려하기도 했다. 사우디 왕실은 카슈끄지 살해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인디펜던트지 대변인은 FT에 아부랴다옐과 주주가 편집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는 "무조건적이고 강고한"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레베데프홀딩스는 2017회계연도 기준으로 순부채 규모가 1억3570만파운드(약 1660억원)에 이른다. 2016회계연도 1억1780만파운드에서 부채가 더 늘어났다. 이 회사는 레베데프 본인의 자금 대출에 의존하고 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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