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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아의 '북한 뉴스 대놓고 읽기'] (5) 설날에도 "경애하는 최고 영도자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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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아의 '북한 뉴스 대놓고 읽기'] (5) 설날에도 "경애하는 최고 영도자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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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통일부에 출입하며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을 읽기 시작한 게 2017년 4월부터였습니다. 때로는 어이 없고, 때로는 한글인데 무슨 말인지 모르고, 때로는 쓴웃음도 나오는 북한 뉴스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 동지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시였다. ‘민족 전통에는 우리 민족의 유구성과 우수성, 고상한 정신세계와 고유한 생활 세태가 반영되여 있습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3일 보도한 ‘언어 문화유산을 통해 본 설 명절’이란 제목의 기사 중 일부다. 민족 최고의 명절인 설에 대해 설명하면서 김정은을 찬양했다. 뭘 해도 ‘역군은(亦君恩·역시 임금의 은혜이시도다)’이라 노래한 조선시대 가사문학 ‘면앙정가’가 연상된다. 설에도 ‘원수님의 은혜’에 감사해야 한다는 숨겨진 의미에 그저 감탄할 뿐이다.

왜 이런 코미디같은 일이 지금까지 나오는 걸까. 설 명절을 없앴던 게 김정은의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이기 때문이다. 김일성은 북한 정권 수립 후 설을 “봉건 잔재와 미신”이라 몰아붙이며 1967년 폐지하고 양력 새해를 쇠도록 했다. 1989년에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민속명절로 다시 살렸다. 1989년 설 명절이 되살아났을 때 북한 매체들은 “친애하는 지도자(김정일) 동지가 전래의 민속적 풍습인 음력설을 잘 쇠도록 크나큰 배려를 했다”고 보도했다.


그마저도 양력 새해를 오랫동안 지내 온 북한 주민들에겐 낯설었다. 지금도 가족이 모여 세배하고,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동상이나 초상화 앞에 꽃다발을 바치고 인사하는 등의 행사는 대개 양력 1월1일에 한다.

우리 군 입장에선 설을 전후해 바짝 긴장해 왔다. 2013년 2월 12일 3차 핵실험, 2016년 1월 6일 4차 핵실험과 2월 7일 장거리 로켓 광명성 4호 발사, 2017년 2월 12일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시험발사 등 북한의 도발이 설 연휴를 전후해 자주 도발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평화 모드’로 급변하고, 올해는 2차 미·북 정상회담 준비로 달라졌지만 말이다.

지난해 설은 북한에선 ‘찬밥’이었다. 김정일의 생일인 ‘광명성절(2월 16일)’과 겹쳤기 때문이었다. 노동신문과 조선중앙방송 등 주요 대내매체에선 설에 관련된 기사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

‘탈북 여성 1호 박사’이자 북한 요리 연구자로 유명한 이애란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장은 “북한에선 설에 만둣국과 국수 순대를 주로 차리는데 담백하게 재료 고유의 맛을 살리도록 만든다”며 “평안도와 황해도는 만둣국, 함경도에선 감자 농마(녹말의 방언)국수를 먹고, 순대와 돼지고기 편육은 북한 어느 지역에서든 먹는 보편적인 명절 음식”이라고 소개했다. 또 “북한에선 배급제를 실시하는 데다 식량 사정이 좋지 않아 일반인들은 전통음식을 제대로 해 먹지 못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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