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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선에 연료 부족했던 인터스텔라…'새총 비행'으로 위기 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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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과학

행성의 중력권에 진입 후, 중력의 힘으로 속도 높여
他 행성 이동할 추진력 얻게 돼

카시니호·보이저 1호도 사용



[ 송형석 기자 ] 2014년 개봉한 ‘인터스텔라’(사진)는 과학적 고증을 철저히 거친 것으로 유명한 영화다. 다른 시공간으로 이동할 수 있는 우주 구멍인 ‘웜홀(wormhole)’을 실감나게 묘사해 관객의 극찬을 받았다.

웜홀은 이론적으로만 존재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을 뿐 실존한다는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 있다고 하더라도 크기가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아 우주선이 통과하기 힘들다는 게 물리학자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우주선이 추가 동력을 얻기 위해 시도하는 ‘새총 비행’ 등 대부분 장면은 철저히 현실 과학기술에 근거를 두고 있다.

새총 비행은 연료가 부족한 상황에서 우주선의 추진력을 더할 수 있는 기법이다. 고무줄에 힘을 응집해 돌멩이를 쏘는 새총과 원리가 비슷해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행성의 중력권에 비스듬하게 진입한 뒤 중력의 힘으로 속도를 높이는 게 첫 단계다. 충분한 속도를 얻은 후 중력권 밖으로 기수를 돌리면 연료를 많이 쓰지 않고 다른 행성으로 이동할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 새총 효과의 위력은 상당하다. 목성을 지나는 우주선이 중력이 미치는 범위를 들어갔다 나오는 것만으로도 우주선의 속도를 두 배 높일 수 있다.

행성 주변을 인공위성처럼 빙빙 돌면서 힘을 축적하는 것도 가능하다. 육상종목 해머던지기에서 해머를 몇 바퀴 돌린 다음 원심력을 높여 앞으로 쏘아 던지는 것을 떠올리면 된다.

영화 속에는 인듀어런스호가 화성을 근접 통과하면서 새총 비행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거대 블랙홀 ‘가르강튀아’의 중력을 활용해 밀러 행성 등 이웃 행성으로 이동하기도 한다.

현실에서 새총 비행으로 유명한 우주선은 1997년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발사한 토성 탐사선 카시니호다. 이 우주선은 2017년까지 20년 동안 80억㎞를 비행한 뒤 폐기됐다. 2008년 임무를 마칠 예정이던 카시니호가 9년 더 운행할 수 있었던 것은 토성의 6개 위성 중 가장 크기가 큰 타이탄(Titan) 덕이다. 이 위성의 궤도를 공전하면서 추진력을 얻는 방법으로 연료 소비를 최소화했다.

지구에서 가장 먼 곳까지 날아간 우주선으로 유명한 보이저 1호 역시 새총 비행 효과를 톡톡히 누린 우주선으로 꼽힌다. 보이저 1호는 1977년 9월 5일 지구를 떠나 1979년 목성, 1980년 토성을 지났다. 현재도 폐기되지 않고 태양계 주변을 탐사하고 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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