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훨씬 못미치는 실적
주택사업 부진 결과…올해도 부진 예상
4분기 실적부진이 예상됐던 대우건설이 시장의 추정치보다 더 악화된 실적을 내놨다. 시장에서는 실망감과 함께 앞으로의 전망도 부정적인 상태다. 주가는 사흘 연속 내리막이다. 오전 9시55분 현재 대우건설의 주가는 전날대비 180원(3.20%) 떨어진 5440원을 기록중이다. 작년 5월28일 기록했던 52주 최고가(7440원)보다 약 30% 하락한 수준이다.
증권사들은 이날 일제히 대우건설에 대한 혹평을 쏟아냈다. 동시에 목표주가나 투자의견을 낮춰잡았다. 악화된 상황은 예상했지만, 이정도 최악일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다. 대우건설의 실적은 예상과 현실이 달랐다. 전망은 이랬다. 대우건설의 실적부진은 해외 플랜트 때문이고, 주택사업이 이러한 부진을 만회해 준다는 것이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상황은 반대였다. '푸르지오'로 대표되는 주택사업의 부진이 훨씬 심각했기 때문이다. 건설업종에서 주택사업은 '알짜 사업'으로 꼽힌다. 이익률이 높은데다 해외 사업에 비해 위험성도 낮아서다. 대우건설 또한 이러한 주택사업 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됐지만, 오히려 실적을 깎아먹는 결과가 나왔다.
◆예상치 밑도는 실적…"당분간 상승동력 없다"
대우건설은 지난 4분기 매출액이 2조2603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2.4%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935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액은 시장의 예상치 보다 약 16% 밑도는 수준이었고, 영업이익은 44% 가량 기대에 못미치는 수준이었다. 다시말해 시장에서 예상했던 영업이익의 절반 정도로 뚝 떨어졌다는 얘기다.
증권사들은 앞다퉈 전망을 조정했다. IBK투자증권도 목표주가를 6100원으로 하향 조정했고, 투자의견은 중립으로 내렸다. NH투자증권도 '보유' 의견과 목표주가를 9000원에서 6400원으로 무려 40%를 떨어뜨렸다. 한화투자증권, 신영증권, 유안타증권 등도 줄줄이 목표주가를 내렸다.
대우건설은 올해 신규 수주금액으로 10조5600억원을 제시했다. 매출은 8조6000억원으로 작년의 81% 수준을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 주택 분양이 1만3741가구에 그쳐 주택 매출이 감소한 데에 따른 것이다. 물론 올해 주택공급량 목표를 높게 제시했다. 대우건설이 제시한 올해 주택공급 물량은 2만5707가구다. 자체분양이 3352가구로 전년도 1878가구 대비 늘려 잡았다. 그러나 회사가 제시한대로 주택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실적은 2020년에나 의미있는 반등을 보인다는 게 증권사들의 입장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주택사업 때문에 올해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형렬 연구원은 "대우건설이 작년 주택 분양이 1만4000호로 계획대비 급격히 감소했고, 이는 올해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해외 부문의 수익성 회복에도 불구하고, 주택부문의 이익감소로 올해 영업이익은 역성장할 것"으로 추정했다. 올해 대우건설의 매출액은 8조7821억원, 영업이익은 5549억원으로 작년보다 각각 18%, 12%씩 감소한다는 추정이다. 이에 따라 목표주가도 7000원에서 6500원으로 내려잡았다.
유진투자증권은 '매수'에서 '보유'로 투자의견을 바꾸면서 "대우건설은 주택원가율이 상승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수익성 회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지난 4분기 대우건설의 건축관련 원가율은 87.5%로 전분기인 82.0%에서 늘어났고, 이러한 흐름은 유지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믿을 건 해외사업 뿐?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대우건설이 2020년 이후에 이익반등이 예상된다며 하반기 들어서야 투자기회가 있다고 봤다. 투자의견은 '중립'으로 내려잡았다. 신한금융투자는 목표주가와 투자의견을 모두 하향조정했다. 이 증권사 오경석 연구원은 "대우건설의 올해 주택·건축 매출액은 4조7000억원 정도로 작년보다 27.8%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고 "현재 서울 주택 가격아 하락세로 전환하는 등의 시장상황으로 볼 때 주택의 턴어라운드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우건설의 실적이 기댈 곳은 해외 쪽으로 기울고 있다. 키움증권은 "올해 하반기에 진행될 LNG액화플랜트 입찰 결과가 기대되는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유안타증권 또한 LNG 수주 성패가 대우건설의 경쟁력을 입증할 수 있는 중요한 이벤트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작년 6월에 취임한 김형 사장 또한 글로벌 사업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연초 신년사에서 위기의 상황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글로벌 사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글로벌톱20에 대한 목표로 좀 더 가까이 가자며 임직원을 독려하고 있다. 김 사장은 "올해는 회사의 지속성장을 위한 마지막 골든 타임이라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며 "글로벌 건설사로 한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강도높은 체질개선과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역량강화를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투자자들은 대우건설의 주가 하락에 대해 자조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날 건설주 대부분은 전날 정부가 발표한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사업 발표로 상승흐름을 타고 있다. 심지어 전날 부진한 실적을 내놓은 다른 대형 건설사의 주가도 오르고 있다. 그러나 대우건설 주가만은 사흘째 빠지면서 '부진한 실적' 보다는 '예측할 수 없는 실적'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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