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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순 디지털전략부 기자) 세계적으로 많은 뉴스 미디어 기업들이 뉴스 유료화를 바탕으로 하는 구독모델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종이신문 기반의 광고, 판매수익이 격감해서입니다.

주로 유럽과 북미 언론사들이 디지털 수익화에 전념하고 있는데요. 지난해 와이어드(Wired), 블룸버그 등 유명 매체들은 유료화를 시행했고 버즈피드(Buzzfeed)는 월 5달러의 구독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현재 뉴욕타임스는 300만명 이상의 유료 구독자가 있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약 75만명의 디지털 구독자가 있습니다. 가디언은 지금까지 약 100만 명 이상이 기부(멤버십 참여)로 자사의 저널리즘을 후원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독자 확보를 위한 지속적인 캠페인을 전개해갈 방침입니다.

실제로 이러한 움직임에 따라 미국과 유럽 언론사들의 디지털 구독수입은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알려진대로 현재까지 뉴스 유료화 방식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우선 일정 기사 건수 이상을 보려면 유료 결제를 하는 '종량제(metered)'가 있습니다. 이 모델을 채택하는 곳은 뉴욕타임스입니다.

이보다 더 전면적인 형태의 완전 유료화 방식이 있습니다. 기사를 읽으려면 무조건 결제를 해야 합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대표적입니다.

다음은 무료로 제공하는 기사 이외에 별도로 유료 결제를 해야 볼 수 있는 프리미엄(freemium) 모델이 있습니다. 독일 신문 '빌트'가 채택하고 있는데요. 유럽 언론사들이 주로 선호합니다. 그리고 종량제와 프리미엄을 절충하는 유료화 모델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언론사들은 뉴스 유료화에 나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트래픽에 기반한 광고 모델이 손쉽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트래픽을 몰고 왔던 소셜미디어의 노출 알고리즘 정책이 자주 바뀌면서 트래픽이 감소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의 언론사들은 뉴스 푸시(알림), 뉴스 레터 등 여러 방법을 짜내고 있습니다.

지난 1~2년 사이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전통매체의 뉴스 노출을 줄이는 방향이 계속되면서 언론사들은 자사 브랜드와 플랫폼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뉴스 유료화의 속도는 더딘 편입니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어서입니다.

첫째, 뉴스 뷰 페이지에 적용하는 광고의 비중과 내용에 대한 고민은 생존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대다수 한국언론은 디지털 광고를 과도하게 배치함으로써 뉴스의 가독성마저 잃게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광고매출은 어떤 언론사에게는 가장 중요한 매출인 만큼 뉴스 유료화 적용과 광고 정책의 변경을 동시에 적용하는 것은 아직 한계가 있습니다. 낡은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경영자의 결단과 구성원의 태도변화가 요구됩니다.

둘째, 종이신문 구독자의 연령대를 비롯 뉴스의 주 소비처를 정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가령 북유럽 인쇄신문 구독자의 평균 연령은 약 70세에 이릅니다. 주말 구독자는 그보다 많이 낮은 평균 47세입니다. 반면 디지털 가입자는 30세입니다. 사실 한국의 젊은 세대도 종이신문을 거의 읽지 않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다가서는 콘텐츠와 관계설정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합니다.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인지도와 충성도를 높이는 과정도 효과적인지 체계적으로 살펴봐야 합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뉴스 유료화가 단기간에 해결된다고 보지 않습니다. 쉽게 결제할 수 있고 유용한 콘텐츠를 만드는 것만 해도 수년이 걸릴 수 있습니다.

이 기간 동안 시행착오를 거치는 것을 감수해야 합니다. 어떤 뉴스 유료화 모델을 선택할 것인지, 제공 빈도는 어떻게 할 것인지, 어떤 유인 요소를 더 활용할 것인지, 뉴스조직과 독자들은 어떻게 교류할 것인지 등 완전히 새로운 시장 진출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하지만 국내 언론사들은 충분한 시간과 의미있는 투자에 인색합니다.

대형 신문사는 종이신문(PDF) 유료화, B2B 프리미엄 모델에 얽매여 있습니다. 반면 비교적 작은 규모의 전문지와 인터넷신문을 중심으로는 다양한 유료화 실험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조용히' 일부 뉴스에 한해 유료결제로 전환하도록 한 PR 전문 월간지 <더피알>, 2016년 8월부터 유료화를 시작한 IT 전문 미디어 <아웃스탠딩>, 크라우드 펀딩에 이어 2017년부터 멤버십 모델을 적용한 <퍼블리>가 두드러집니다. <뉴스타파>, <셜록> 등 일부 독립언론은 '후원 모델'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근본적으로는 미디어 브랜드의 전문성을 키우는 전략입니다.

물론 그 미래가 장밋빛이라고 하긴 어렵습니다. 큰 규모의 매출을 일으키는 것은 불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뉴스도 이제 '디지털 대 아날로그(인쇄물)'에서 '유료 대 무료'로 다뤄야 할 때가 도래했다는 점에서 적잖은 울림이 있습니다.

다만 일방적인 관점과 지식 정보 전달의 방식은 유료화의 성과로 나타나기 어렵습니다. 특히 언론과 독자 사이에 상호 신뢰와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 투명성, 진실성, 정확성 등 저널리즘의 원칙을 가다듬어야 합니다.

수많은 언론사들은 뉴스 유료화를 추진하려 스스로의 문제를 혁신하는데 공을 들였습니다. 그런데 경쟁 환경이나 독자의 소비 패턴 등 언론사 바깥의 시장 문제도 만만찮습니다. 언론사들은 대체로 플랫폼 사업자와 협력하고 콘텐츠 형식을 바꾸는데 몰두합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성과를 낼 수 있을까요?

세계 유력 언론사들이 지불장벽을 치고 있는 동안 <가디언>은 유료화가 아니라 독자들을 향한 기부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올해도 최소 1파운드의 기부를 독자들에게 호소하고 있습니다. <가디언>은 독자를 향해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우리의 저널리즘은 상업적 편견이 없으며 억만 장자나 정치인, 주주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 누구도 편집에 관여하지 않는다. 이것은 우리가 약자들을 위한 소리를 낼 수 있게 하고, 힘을 가진 자를 비판할 수 있게 한다."

일관된 디지털 투자로 영국 언론 시장에서 승승장구해온 <가디언>의 이 다짐은 저널리즘의 소명을 일으켜 세우는 언론의 자존감 즉, 품위(dignity)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줍니다. 뉴스 유료화가 진척되지 않는다면 저널리즘 신뢰도 제고에서 그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끝) / soon6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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