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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 한국판 좀비물에 민초의 고통을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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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벗은 넷플릭스 국내 첫 오리지널 드라마

지난 25일 190개국 동시공개…거대한 서사·뛰어난 영상미
6회분 제작비만 130억원…다음달 시즌 2 촬영 시작

김은희 작가 "간섭 없이 작업…더 큰 세계관 펼쳐지길 기대"
김성훈 감독 "시청자 반응 궁금…시즌별 감독 다른 것도 재미"



[ 김희경 기자 ]
조선시대 민초들은 극심한 굶주림에 시달린다. 그러던 중 의문의 역병이 돌면서 ‘죽었지만 죽지 않은 존재’인 좀비가 된다. 이 역병은 기득권층의 탐욕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이들은 민초의 삶엔 관심이 없고 권력 다툼에 여념이 없다. 영의정 조학주(류승룡 분)의 모함으로 밀려난 왕세자 이창(주지훈 분)만은 다르다. 의녀 서비(배두나 분) 등과 함께 민초들의 곁에서 해결을 위해 고군분투한다.

지난 25일 베일을 벗은 넷플릭스의 ‘킹덤’ 얘기다.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자체 제작한 오리지널 드라마다. 130억원 정도의 제작비가 들어간 대작이다. 한국 안방 콘텐츠 시장에 대한 넷플릭스의 본격적인 공략이어서 주목된다.

제작진도 화려하다. 드라마 ‘시그널’을 만든 김은희 작가, 영화 ‘터널’의 김성훈 감독을 내세웠다. 이들을 28일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김 작가는 “좀비가 공포의 대상으로만 여겨질 수 있지만 나에겐 식탐만 남은 슬픈 존재로 다가왔다”며 “이들을 통해 기득권층의 탐욕과 민초의 배고픔이 맞닿아 일어나는 일들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탑처럼 쌓이고 질주하는 좀비들

시즌 1의 총 6회 분량은 25일 전 세계 190개국에 동시 공개됐다. 극장에 개봉된 영화나 TV 드라마와 달리 넷플릭스의 작품은 반응을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 관련 수치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사실 반응이 너무 궁금하다”며 웃었다. “넷플릭스 관계자가 밝은 표정으로 ‘반응이 좋다’고 얘기해 그렇게 알고 있는 정도예요. 구글에서 검색하며 해외 반응을 살펴보고 있는데 아직은 긍정적인 얘기들이 많은 것 같아요.”

거대한 서사는 뛰어난 영상미와 결합돼 실감나게 그려진다. 독특한 설정도 화제다. 좀비들이 한 의녀를 물어뜯으려 순식간에 모여들어 탑처럼 쌓이는 장면, 안개를 헤치고 떼를 지어 질주하는 장면은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김 감독은 “이 작품의 상징인 ‘의녀탑’ 장면에서 배우들이 다칠까봐 가장 신경이 쓰였다”며 “다치지 않고 신체 접촉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보호대를 다 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또 “마지막 대미를 장식한 좀비들의 질주 장면을 위해선 150명에 달하는 배우들을 불렀다”며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시즌 2로 넘어가기 전 시청자들에게 보여드릴 배려라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시즌 2부턴 감독 바꾸는 새로운 시도도

넷플릭스와 처음으로 작업을 함께한 소감도 밝혔다. 김 작가는 “‘넷플릭스 관계자들이 한국말을 못해서 간섭이 없나’ 하고 생각할 정도로 자유롭게 해줬다”고 말했다. “오히려 저희가 이 작품이 다른 문화권에서도 통할지 걱정했죠. 하지만 ‘신경 쓰지 말고 편하게 하라’고 했어요.” 김 감독도 “넷플릭스가 후반에 기술적인 품질 관리를 정말 철저하게 하는 걸 느꼈다”며 “문제를 지적하면서도 ‘그게 감독님 의도인가요’라고 묻는데 그렇다고 하면 다 통과되더라”고 전했다.

시즌 2 제작도 이미 확정됐다. 다음달부터 촬영을 시작한다. 김 작가는 “원래 8부작 정도로 생각했지만 이야기가 더욱 확장되고 더 큰 세계관이 펼쳐지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시즌 2는 영화 ‘특별시민’의 박인제 감독이 맡는다. 김 감독은 “감독이 여러 명이 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있을 수 있겠지만 넷플릭스의 ‘하우스 오브 카드’ 등 해외에선 이런 방식으로 만든 시리즈물이 많다”며 “킹덤만의 색채는 유지될 것이며 감독 간 개성 차이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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