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자신의 학교 제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신체를 불법촬영해 벌금형을 선고받았던 A교수(57)가 인천 송도에 있는 한국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 경영학과 학장으로 재직 중인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국내법은 성범죄 전과자가 교수로 임용되는 것을 제한하고 있지만 국내에 들어온 해외 대학은 이런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A교수는 2013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영화관과 식당, 자신의 연구실, 버스, 모텔 등에서 여성들의 신체를 불법촬영한 혐의로 기소된 뒤 유죄판결을 받았다. 그는 서울의 한 영화관에서 초소형 카메라를 장착한 손목시계를 이용해 뒷자리 여성의 치마속을 찍으려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여성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덜미를 잡혔다. 경찰 수사 결과 A교수는 서울 논현동의 한 일식집에서도 여자화장실에 USB형태 카메라를 설치해 여성들이 용변을 보는 모습을 녹화하는 등 반복적으로 불법촬영을 벌여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에 송치된 뒤에는 자신의 연구실에 방문한 제자들의 신체를 불법촬영한 혐의가 새롭게 추가된 뒤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카메라 등 이용촬영)로 기소됐다. 수사 결과 그의 개인컴퓨터에서 여성의 특정 신체부위를 촬영한 사진만 3000여장이 발견되기도 했다.
당시 A교수의 행각이 언론보도를 통해 공개되자 ‘고려대 몰카사건’으로 불리며 사회적 파장이 일었다. 결국 2013년 7월 그는 ‘일신상의 사유’로 사직서를 낸 뒤 학교를 떠났다. 같은 해 11월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류종명 판사는 A교수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수사 결과 그가 반복적으로 범행했다는 게 드러났는데도 벌금형을 내린 법원의 결정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도 일각에서 제기됐다.
이후 교육부에서는 성범죄 전력이 있는 교육자들이 다시 교단에 서지 못하게끔 고등교육법 등을 개정했지만 A교수는 유죄판결을 받은지 3년도 지나지 않은 2016년 7월부터 한국뉴욕주립대 경영학과 학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 이유에 대해 교육부 측은 “국내에 들어온 외국교육기관은 경제자유구역 및 제주국제자유도시의 외국교육기관 설립운영에 관한 특별법상 한국 고등교육법을 적용받지 않는다”며 “교직원 임용에 대한 권한이 전적으로 뉴욕주립대 본교에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뉴욕주립대 측은 “A교수가 임용 당시 자신의 전과를 학교 측에 먼저 알려왔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였다”며 “학문적 성과도 뛰어나 임용하게 됐다”고 했다. 한국경제신문은 미국 뉴욕주립대 본교 미디어 담당자에게 학교 입장을 묻는 메일을 보냈지만 답장이 오지 않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번 사안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다시는 이런 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