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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정체에 빠진 옵션 매도 E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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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암 엇갈린 '중수익 추구' 금융투자상품
외형 3兆 넘었지만 대부분 판매 안되고 증권사가 보유

"양매도 상품 불완전 판매 가능성"…금융당국 지적에 직격탄
"예상 밖 증시 반등으로 손실 위험성 오히려 커져"



[ 임근호 기자 ] 양매도 상장지수증권(ETN) 등 지난해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옵션 매도형 ETN의 성장세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금융당국이 양매도 상품의 불완전 판매 가능성을 지적한 게 직격탄을 날렸다. 투자자가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등 더 안정적이면서도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 등으로 갈아탄 것이 요인으로 꼽힌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양매도, 콘도르, 커버드콜·풋, 풋매도 등 14종의 옵션 매도형 ETN 지표가치 총액은 전날 기준으로 3조1912억원에 달했다. 지표가치 총액은 시가총액과 비슷한 개념으로, 그만큼의 가치를 지닌 옵션 매도형 ETN이 증시에 상장돼 있다는 뜻이다.


1년 전만 해도 3600억원대에 불과했으나 증권사들이 옵션 매도 ETN을 잇달아 상장하면서 가파르게 증가했다. 새해 들어서도 지난 7일 하나금융투자가 2000억원 규모로 ‘하나 코스피 변동성추세 추종 양매도 ETN’을, 16일엔 신한금융투자가 200억원 규모의 ‘신한 코스피 콘도르 6/10% ETN’을 상장했다.

하지만 실제로 투자자가 이들 상품을 매수해 보유하고 있는 금액은 8221억원에 그쳤다. 나머지 2조원어치는 투자자에게 팔리지 않고 유동성 공급자(LP)인 증권사가 들고 있다는 의미다.

현재 옵션 매도 ETN 상품의 LP 보유율은 75%에 이른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줄어들던 LP 보유율이 지난해 4분기부터 늘기 시작했다”며 “양매도 ETN에 대한 투자가 정체 국면에 접어든 것이 배경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가장 인기있는 상품인 한국투자증권의 ‘TRUE 코스피 양매도 5% OTM ETN’도 성장 정체를 겪고 있다. 이 상품은 하나은행 등이 신탁상품으로 팔며 지난해 10월 말 투자자 보유 물량이 8500억원대까지 늘었으나 지금은 8000억원 수준으로 줄었다.

당분간 은행들이 신규로 옵션 매도형 ETN 신탁상품을 파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란 게 금융투자업계의 시각이다. 지난해 10월 하나은행이 ‘최고위험’ 등급인 양매도 ETN을 ‘중위험’으로 안내해 팔았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금융감독원이 검사에 나섰기 때문이다.

연초 증시가 예상밖으로 빠르게 반등하면서 오히려 양매도 ETN의 리스크(위험)가 커졌다는 분석도 있다. 양매도 ETN은 증시가 일정 범위에서 움직일 때는 수익을 낼 가능성이 높지만 지수가 특정 범위를 벗어나 급등락할 때는 손실 위험이 커진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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