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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ㅣ 정우성X김향기 '증인' 법정 드라마 탈을 쓴 착한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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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장창"

깊은 밤 창문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사람이 죽었다. 사체는 머리에 봉지를 쓰고, 목에는 테이프가 감겨 있었다. 용의자로 현장에서 검거된 사람은 죽은 노인을 10년 동안이나 돌봐왔던 가정부. 하지만 용의자는 "노인이 자살하려는 걸 발견하고 봉지를 찢으려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며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는 표현력 대신 청력과 시력이 보통 사람보다 월등하게 뛰어난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16살 소녀. 그리고 자신의 출세를 위해 이 사건을 무죄로 만들어야 하는 변호사의 만남이 '증인'의 주요 스토리다.

설정만 놓고 본다면 19금 스릴러도 가능하다. 하지만 '증인'은 긴장감 넘치는 법정물이나 범죄 수사물이 아닌 착한 휴먼 드라마의 공식을 따른다.

충분히 자극적으로 버무릴 수 있는 소재들을 잔잔하고 착하게 이끄는 건 매력적인 캐릭터들이다.

변호사 순호(정우성 분)은 민변에서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해 활동했던 인물. 그러나 착하기만 했던 아버지가 지인들을 위해 보증을 잘못서 빚더미에 떠안게 되고, 심지어 파킨슨병까지 앓게 되면서 속물이 되기로 결심했다.

자폐 소녀 수아(김향기 분)는 그런 순호에게 다시 인간성을 불어 넣는 인물이다. "자폐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대사처럼 시종일관 순수하고 해맑은 매력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자폐를 가진 동생이 있는 검사 희중(이규형 분), "장애가 없었다면"이 아니라 "그 자체로 우리 아이"라고 말하는 엄마 현정(장영남 분), 심지어 사건의 키를 쥐고 있는 가정부 미란(염혜란 분)까지 입체적인 캐릭터들이 극을 채운다.

정우성이 "시나리오를 덮자마자 빨리 그 온기를 느끼고 싶었다"고 극찬했을 만큼 개성넘치는 캐릭터들이 어울러져 훈기가 흘러 넘치는 이야기를 완성했다.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 등을 통해 다문화 가정, 학교 폭력 등 사회적인 문제를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낸 이안 감독의 장점은 '증인'에서도 유감없이 드러났다. 정상인과 장애인, 용의자의 변호인과 사건의 목격자라는 전혀 다른 위치와 특성을 가진 이들이 서로를 조심스럽게 탐색하고, 알아가는 과정은 잔잔한 감동을 안긴다.

이를 통해 소소한 웃음은 물론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란 묵직한 메시지가 동시에 전달된다.

다만 지나치게 선한 인간성을 강조하는 마무리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릴만 하다. 현실적이고 사실적인 공감 보다는 이상을 택한 것. 캐릭터들에 기댄 지나치게 쉬운 결말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길 법 하다. 오는 2월 13일 개봉. 12세 관람가. 런닝타임 129분.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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