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의 초고가 시계 브랜드 파텍필립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올 전망이다. 파텍필립은 바셰론 콘스탄틴, 오데마 피게 등과 함께 이른바 ‘세계 3대 명품 시계’ 브랜드로 꼽힌다. 브래드 피트 등 유명 연예인은 물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이 브랜드의 고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21일(현지시간) 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최소 1만달러 가격의 시계로 유명한 파텍필립이 M&A 매물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180여년의 역사를 지닌 이 회사의 가치는 80억~100억달러(약 9조4400억~11조3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파텍필립 대주주인 스위스 슈테른 가문이 회사 매각을 검토하는 정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슈테른 가문은 1932년 파텍필립을 인수해 4대에 걸쳐 회사를 경영해 왔다. 2009년 회사를 이어받은 티에리 슈테른 회장은 2014년 한 인터뷰에서 “정부가 세금을 낮춰주지 않으면 제네바 본사를 옮기거나 회사를 매각하겠다”며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브레게와 오메가 등을 거느린 스위스의 스와치그룹을 비롯해 카르티에의 모회사 리치몬드 등이 입찰에 뛰어들 채비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이 본격화되면 글로벌 명품 그룹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위블로와 태그호이어가 루이비통모에헤네시그룹(LVMH)에 인수되고 피아제와 바슈론콘스탄틴은 리슈몽그룹 산하에 편입되는 등 글로벌 명품 업계가 대기업 그룹 중심으로 재편된 가운데 파텍필립은 얼마 남지 않은 독립 기업이다.
파텍필립은 수작업을 고집해 연간 4만5000여점의 제품만 생산하면서도 15억 스위스프랑(약 1조7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알짜 기업이다. 뛰어난 품질 관리와 기술 개발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고 있다.
10억원을 넘나드는 초고가 모델은 시계의 예술적 가치를 이해하는 구매자에게만 판매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 러시아의 니콜라이 2세, 작곡가 차이코프스키, 미국의 재벌 록펠러와 같은 저명 인사들도 시계 구매에 앞서 심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