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광풍' 2003년 기록 넘어서
12월, 립스틱 수출 급증
올리브영, 작년 색조화장품 매출 35% 성장
작년 경제성장률 2.7%, 6년 만에 최저
빨간 립스틱이 불티나게 팔리고, '인생역전'을 노린 로또복권 구매가 줄을 잇고 있다. '불황의 시그널'이 고개를 들었다.
대한민국의 경제성장률은 6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미끄러졌고, 최대 수출국인 중국마저 28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22일 기획재정부와 복권 수탁사업자인 동행복권에 따르면 지난 1년간(2018년 1월1일~12월31일) 로또복권 판매액은 3조9658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한 게임당 1000원으로 계산하면 판매량은 약 39억6500 게임에 이른다.
지난해 로또 판매액과 판매량은 역대 사상 최고 기록이다. 로또 판매액의 종전 최고 기록은 한 게임에 2000원이던 2003년의 3조8242억원이었다. 지난해엔 이보다 1416억원어치 더 팔린 셈이다.
통계청 인구추계(5164만명)로 판매량을 나눠보면 1명당 로또 76.8게임을 산 꼴이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1인당 7만6800원가량을 복권 구입에 쓴 것이다. 하루평균 로또 판매액은 108억7000만원 수준이다.
'립스틱 효과'도 뚜렷하다. 소비자들이 최저 비용으로 최대 만족을 찾고 있다는 이야기다. 립스틱 효과는 경기불황 시기에 나타나는 특이한 소비패턴이다.
립스틱 등 색조화장품의 판매 증가세가 눈에 띄게 가파르다.
올리브영이 지난해 매출을 분석한 결과, 색조화장품의 매출액은 2017년 대비 35% 신장했다. 1년간 가장 많이 팔린 제품 100가지 중에서도 립스틱 등 색조화장품이 15개였다.
올리브영은 "경기불황이 지속되면서 자기표현이 강한 20∼30대 젊은 여성들 위주로 색조시장이 커지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색조화장품의 수출 실적까지 급증세다. 색조화장품의 수출액은 지난달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했고, 입술과 눈화장품의 경우 50%가량 늘었다.
이렇게 불황의 시그널이 포착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6년 만에 최저 수준인 2.7%로 집계됐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를 보면 작년 GDP는 전년보다 2.7% 증가했다. 2년 연속 3%대 성장 기대가 무산된 것이다. 2012년(2.3%) 이후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기도 하다.
지난해 설비투자 증가세도 꺾였고, 건설경기도 하강국면에 들어섰다는 분석이다. 자영업자의 주머니 사정은 더욱 나빠졌다. 건설투자의 경우 외환위기 이후 20년 만에 가장 부진했고, 설비투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9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나타났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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