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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 칼럼] 곤도 마리에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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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현 논설위원


[ 고두현 기자 ]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일본 최고의 정리컨설턴트인 곤도 마리에(近藤麻理惠·34)가 말하는 ‘물건 정리의 1원칙’이다. ‘정리의 여왕’ ‘정리의 달인’으로 불리는 그는 “정리를 잘하면 스트레스가 날아가고 가정과 회사에 행복과 성공이 찾아온다”고 말한다. 주변을 깔끔하게 정리하면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게 뭔지 알게 되고 일의 효율성이 높아지며 판단력과 결단력도 커진다는 얘기다.

어릴 때부터 ‘정리광(狂)’이었던 그는 대학 졸업 후 직장에 다니며 정리법을 연구하다 ‘곤마리’라는 정리컨설팅 회사를 차렸다. 많은 고객을 만난 경험을 바탕으로 2011년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이란 책을 냈다. 이 책은 150만 부 이상 팔렸다. 2014년 영어로 번역돼 미국에서만 600만 부 이상의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듬해 그는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이름을 올렸다. 그의 이름 곤도(Kondo)는 ‘정리하다’를 뜻하는 영어 신조어가 됐다.

그가 새해 초 미국인들의 일상을 다시 한 번 바꾸고 있다. 비디오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의 ‘가정집 방문 프로그램’에 출연해 전국적인 ‘정리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방송에서 그가 잡동사니들을 과감하게 없앤 뒤 놀랄 만큼 깨끗해진 집을 본 사람들이 오래된 옷과 헌책 등을 기부단체에 갖다주려고 장사진을 쳤다.

소비 천국인 미국에서 벌어진 이런 현상을 언론은 ‘곤도 마리에 효과’라고 부르며 ‘곤마리 정리법’을 소개하고 있다. 곤마리 정리법의 핵심은 ‘설렘’이다. 물건을 만져보고 설레지 않으면 가차없이 버리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미련에 사로잡히기 쉽다. 버리거나 정리하는 것에도 순서가 있다. 우선 물건을 옷, 책, 서류, 소품, 추억의 아이템 순으로 분류하고 정리하기 쉬운 것부터 손을 댄다.

이때 옷이나 책을 모두 다 꺼내 한 곳에 모아놓고 정리하라고 그는 권한다. 그래야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옷을 수납할 때는 세로로 접어 보관하고, 책이나 물품은 수평으로 눕혀놓지 말고 수직으로 세워놓으라고 한다. 크리스마스 장식처럼 자주 쓰지 않는 소품은 투명 플라스틱 상자에 넣어 보관해야 찾을 때 편하다. 하루에 조금씩 하지 말고 한꺼번에 하는 것도 요령이다.

그는 “집안 정리의 심리적인 효과도 크다”며 물건 정리 단계를 지나면 ‘생각 정리’와 ‘시간 정리’까지 가능하다고 말한다. 디지털 사진이나 앱도 이런 원리로 정리하라고 조언한다. 사진 폴더를 따로 만들어 같은 날 찍은 사진 중 가장 잘 나온 것만 남기고, 자주 쓰지 않는 앱을 하나씩 지워가는 방식이다. 그의 얘기를 듣다 보면 ‘정리 컨설턴트’야말로 ‘생산성 향상 컨설턴트’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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