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바이오스타 (4) ABL바이오
작년 신약물질 1조2000억 수출
코스닥 상장으로 1000억 조달
면역 항암제보다 효과 좋은 이중항체 기술로 항암제 개발
국내업체 중 관련 임상 첫 진입
내년 파킨슨 치료제 파트너 결정
글로벌 제약사 4곳과 협업 논의
[ 전예진 기자 ] 지난해 국내 바이오벤처기업 중 최대 기술수출 성과를 거둔 곳은 ABL바이오다. 작년 7월 항암항체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 5종에 이어 11월 이중항체 신약물질까지 1조20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말 코스닥시장 상장으로 약 1000억원의 자금도 조달했다. 올 상반기에는 신생혈관억제 항암항체 ABL001의 임상1a상을 끝내는 게 목표다. 하반기 다른 약물과 병용 임상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이중항체 기술을 이용해 개발 중인 파킨슨병 치료제의 공동연구 파트너도 물색하고 있다. 이상훈 ABL바이오 대표(사진)는 “우리가 추구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새로운 기술을 주도하는 ‘뉴 트렌드 리더’”라며 “이중항체 기술로 차별화하겠다”고 말했다.
면역항암제보다 효과 좋은 이중항체 개발
이중항체는 다양한 인자를 인식하도록 설계해야 하기 때문에 개발이 어렵다. 지금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이중항체 의약품은 암젠의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치료제 블린사이토와 로슈의 혈우병 치료제 헴리브라 등 2개뿐이다.
ABL바이오는 이중항체 개발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23개의 파이프라인을 개발 중이다. 개발 단계가 가장 빠른 것은 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VEGF)와 신생혈관 형성 과정의 신호전달물질(DLL4)에 동일 항원을 결합하는 ABL001이다. 과다 증식하는 암세포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신생 혈관 생성을 억제해 종양 크기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이중항체 중 국내 최초로 임상에 진입했고 위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1상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11월 미국 트리거테라퓨틱스에 5억9000만달러에 기술수출했다. 이 대표는 “올 상반기 국내 임상1a상을 끝내고 위암뿐만 아니라 대장암 난소암안구질환 분야로 적응증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ABL바이오는 면역항암 이중항체도 개발하고 있다. 트리거테라퓨틱스뿐만 아니라 동아에스티, 유한양행 등 국내 제약사와도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 중국 아이맙과도 면역항암제를 공동 연구 중이다.
뇌까지 약물 전달하는 기술로 승부
ABL바이오는 뇌질환 치료에 활용할 이중항체 ABL301도 개발하고 있다. 한쪽에는 혈뇌장벽(BBB)을 통과하는 항체를, 다른 쪽에는 파킨슨병을 일으키는 알파시누클린 단백질을 차단하는 항체를 가진 이중항체다. 뇌에는 병원균으로부터 뇌를 보호하기 위해 혈액이 직접 통과할 수 없도록 막아주는 혈뇌장벽이 있다. 이를 뚫고 약물을 전달하는 게 뇌질환 치료제의 성패를 좌우한다. 이 대표는 “최근 열린 JP모간 헬스케어콘퍼런스에서 ABL301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며 “파킨슨병을 연구하는 비영리재단인 마이클J폭스파운데이션을 비롯해 글로벌 제약사 4곳과 협업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내년에는 ABL301의 공동 개발 파트너사가 결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단일항체 약물이 뇌로 전달되는 양이 0.1%라면 이중항체 약물은 10배인 1%가 뇌로 들어간다”며 “적은 양의 약물을 사용해 부작용이 덜하고 효능은 강한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동물 독성시험을 마치고 파킨슨병을 치료하는 혁신 신약으로 개발하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새로운 후보물질의 기술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그는 “외부에서 면역항암제 후보물질을 도입하기 위해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보고 있다”며 “이중항체가 단일항체 대비 높은 결합력과 반응률을 보이기 때문에 다양한 질환으로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중항체
2개 이상의 서로 다른 항원에 결합할 수 있도록 개량한 단백질. 단일항체가 질병을 유발하는 1개의 인자를 인식한다면 이중항체는 2개 이상의 인자에 작용한다. 이 때문에 단일항체보다 효능이 우수하고 독성이 적은 의약품을 개발할 수 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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