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 대만여자오픈
일본서만 통산 25승 거둔 베테랑
김아림과 접전 끝 마지막 홀 버디
국내 투어 최장 '우승 공백' 넘어
김민선 준우승…김소이 6위
[ 조희찬 기자 ]
“경험이 많다 보니 새로운 환경에서도 쉽게 적응하는 것 같아요. 어린 친구들과 함께 경쟁한다는 것 자체가 기분이 좋네요.”
2006년부터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에서 뛰며 25승을 거둔 전미정(37)은 방송 인터뷰에서 했던 말처럼 무대가 바뀌어도 여유가 넘쳤다. 타지에서 열린 대회에서 실수가 나와도 흔들리지 않고 선두를 풀어줬다 옥죄기를 반복했다. 관록을 앞세운 전미정은 20일 대만 가오슝의 신이GC(파72·6463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대만여자오픈(총상금 80만달러)에서 12언더파 276타를 적어내며 우승을 차지했다. 2003년 제5회 파라다이스 여자 인비테이셔널 골프대회에서 투어 3승째를 거둔 뒤 무려 16년 만에 추가한 우승이다. 이 대회는 KLPGA와 대만여자프로골프협회가 공동 주관한다.
전미정은 일본투어에서만 25승을 거둔 살아 있는 ‘레전드’다. 2006년 일본에 진출해 25승을 거뒀고 이번 대회에는 해외 투어 20승 이상 선수에게 주어지는 KLPGA투어 영구 시드를 받아 출전했다. 전지훈련 기간 컨디션 조절 차 이번 대회에 참가해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16년은 KLPGA투어 사상 가장 오랜 우승 공백 기간이기도 하다.
전미정은 2라운드까지 단독선두였던 김아림(24)에게 2타 뒤져 있었으나 3라운드에서 무려 6타를 줄이는 집중력으로 기어코 동률을 이룬 채 최종 라운드에 들어갔다. 전반 9개 홀에서 엎치락뒤치락 하는 사이 김아림이 버디와 보기를 맞바꿨다. 전미정은 8번홀에서 티샷이 오른쪽으로 밀렸고 더블 보기로 미끄러졌다. 9번홀에선 또 짧은 퍼트 실수가 나와 보기를 범했다. 김아림의 우승으로 무게가 기우는 듯했다.
그러나 전미정은 11번홀부터 연속 버디로 잃었던 타수를 만회했다. 그러자 앞서던 김아림이 흔들렸다. 김아림은 10번홀에서 짧은 1m 파 퍼트를 놓치는 실수를 저질렀다. 김아림은 15번홀이 끝난 뒤 전미정에게 주먹을 내밀며 피스트 범프를 요청했으나 이를 보지 못한 전미정이 외면해 잠시 당황했다. 두 손을 공손히 모아 다시 피스트 범프를 요청해 전미정과 주먹을 가볍게 마주했다. 김아림은 이어진 16번홀에서 티샷이 감기며 숲으로 들어갔고 더블보기를 기록해야 했다. 결과적으로 피스트 범프 시도가 심리적 위축을 불러온 셈이 됐다.
김아림은 10언더파 278타 공동 4위의 성적에 만족해야 했다. KLPGA투어 차세대 스타로 불린 그는 올해 첫 대회부터 명경기를 팬들에게 선물했음에도 지금까지 지적됐던 멘탈과 경기 운영 미숙은 숙제로 남았다.
챔피언조 앞에서 경기한 김민선(24)은 마지막홀 버디로 한때 공동 선두에 올랐으나 전미정이 18번홀 버디를 낚으며 공동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챔피언조에 함께한 대만의 차이페잉도 18번홀 버디를 기록하며 마지막까지 전미정의 뒤를 쫓았지만 우승을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김소이(25)가 9언더파로 6위를 기록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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