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창재 기자 ] 국민연금이 지난해 7월 도입한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가의 수탁자책임원칙) 를 이행하기 위해 구체적인 실행 지침을 마련하자 기업들에는 비상이 걸렸다. 이사 및 감사 선임·해임, 정관변경 등 경영참여형 주주권 행사는 물론 주주대표소송, 손해배상소송 등 각종 소송을 위한 근거가 속속 마련되고 있어서다. 기업들은 재무팀, IR팀, 법무팀 등을 모두 가동해 국민연금의 공격을 받을 수 있는지 여부를 점검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섰지만, 과거 사례 등 판단 근거가 없어 속을 태우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3분기 말 현재 전체 자산의 19%에 해당하는 124조원을 국내 주식시장에서 운용하고 있다. 297개 상장사 지분을 5% 이상 보유하고 있다. 이들 기업이 중점관리 및 잠재적 소송 대상 기업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포스코, 네이버, LG화학, 현대차,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SK텔레콤 등 국내 대표 기업을 총망라한다. 대한항공, 대림산업, 호텔신라, 신세계 등은 국민연금이 10%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들이다.
국민연금의 지분율이 낮다고 안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국민연금이 회사채에 투자한 회사의 임직원도 손해배상소송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400여 개 국내 기업이 여기에 해당한다. 재계 관계자는 “사실상 한국에서 활동하는 주요 기업 대부분이 국민연금의 행보를 불안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기금운용위원회가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를 검토하고 있는 한진칼과 대한항공의 3월 주주총회가 ‘국민연금 리스크’의 정도를 가늠해볼 수 있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지분 12.45%와 한진칼 지분 7.34%를 보유하고 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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