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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 칼럼] 노가리와 총알오징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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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철 논설위원


[ 김태철 기자 ] 우리나라에서 명태(明太)만큼 다양한 이름을 가진 물고기도 드물다. 상태, 잡는 방법 등에 따라 30여 개 각양각색의 이름으로 불린다. 갓 잡아 싱싱한 것은 생태, 얼린 것은 동태, 말린 것은 건태 혹은 북어, 내장을 빼고 4~5마리씩 꿰어 반쯤 말린 것은 코다리라고 한다.

건태는 기후 여건 등에 따라 변한다. 눈과 바람에 얼렸다 녹이기를 반복하며 마른 것이 황태다. 황태를 만들다 날씨가 풀어져 겉이 거무스름하게 변하면 먹태, 너무 추워 하얗게 바래면 백태가 된다. 잡는 방법에 따라선 그물태, 망태, 낚시태로 분류된다. 명태 새끼는 노가리라고 불린다. 명태는 부산물도 버릴 게 하나 없다. 내장으로 창난젓을, 알로 명란젓을, 아가미로는 아가미젓을 만든다. 간은 어유(魚油)의 원료다. 대가리와 꼬리는 볶거나 말려 국물맛을 낸다.

‘명태’가 문헌에 처음 등장한 것은 《승정원일기》 효종 3년(1652년)의 기록이다. 이유원의 《임하일기(1871년)》에는 ‘명천(明川)에 사는 어부 태(太)씨가 바친 물고기’여서 명태란 이름이 지어졌다고 한다. 함경북도 명천은 예로부터 태씨 집성촌이 있던 곳이다. 탈북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가 지난해 출간한 《3층 서기실의 암호》에도 비슷한 내용이 담겨 있다.

명태는 ‘산처럼 쌓일 정도로 많이 잡힌다’라고 해서 산태(山太)라고도 불렸다. 1940년에는 어획량이 27만t을 넘었다. 그러던 것이 1990년대 고작 연 2~3t 수준으로 급감했다. 2008년엔 공식 어획량이 ‘제로(0)’로 떨어져 국내에선 사실상 멸종됐다. 2016년 국립수산과학원이 세계 최초로 명태 완전양식에 성공해 작년까지 122만여 마리 치어를 방류했지만 명태가 돌아왔다고 보기는 어렵다.

정부가 명태 자원 보호를 위해 수산자원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해 내주부터 명태 포획을 전면 금지한다. 명태가 사라진 것은 온난화 영향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가 남획이다. 정부가 1971년 새끼(노가리)도 잡을 수 있게 허용한 게 결정적이었다.

새끼 남획으로 씨를 말린 ‘노가리의 비극’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은 게 오징어다. 오징어는 2000년대 초 연 20만t가량 잡혔지만 2017년에는 8만7024t으로 크게 줄었다. 최근 2년간 가격이 약 80% 올라 ‘금(金)징어’가 된 지 오래다. 어획량 급감으로 ‘유탄’을 맞은 게 부화한 지 3~6개월 된 새끼 오징어인 ‘총알오징어’다. 작고 날렵한 체형이 총알 같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최근 오징어 어획량의 80% 이상을 ‘총알오징어’가 차지할 정도로 남획이 심각하다. 정부가 2016년 12㎝ 이하 포획을 금지했지만 막을 방법이 별로 없다. ‘12㎝ 이하 오징어가 선박 한 채 전체 어획량의 20% 이하일 때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시행령 단서 조항 탓에 단속·처벌이 쉽지 않다. ‘노가리의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총알오징어 보호 대책이 시급하다.

synerg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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