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 돌아 돼지고기 기피
양고기·소고기값까지 치솟아
[ 강동균 기자 ]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설)를 앞두고 중국 정부의 물가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으로 돼지고기 소비가 줄어들면서 대체재인 양고기와 소고기 가격이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미·중 통상전쟁으로 경기가 가라앉는 와중에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고 있다.
15일 중국 농업농촌부에 따르면 지난달 양고기 평균 도매가격은 1㎏에 60.9위안(약 1만원)으로 전달보다 3.5% 올랐다. 전년 같은 달보다는 15.9% 뛰었다. 지난달 소고기값도 1㎏에 60.33위안으로 전월 대비 1.9%, 전년 동월에 비해선 9.3% 상승했다.
올 들어서도 가격 상승세는 지속되고 있다. 중국 상무부가 가격을 점검한 결과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6일까지 1주일 동안 소고기 가격이 전주 대비 0.4% 올랐다. 국가통계국은 “작년 8월 이후 양고기와 소고기 가격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며 “매년 춘제를 앞두고 육류 가격이 더 오르는 점을 감안하면 추가 상승할 수 있다”고 밝혔다.
양고기와 소고기 가격이 크게 오른 건 수급 불균형 때문이다. 2016년 양고기 가격이 급락한 영향으로 양고기 사육 농가가 줄어든 게 공급 부족으로 이어졌다. 반면 지난해 8월부터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창궐하면서 돼지고기 대신 양고기와 소고기를 찾는 수요는 급증했다.
육류 가격이 급등하면서 양귀비(羊貴妃), 우마왕(牛魔王)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양귀비는 ‘양(羊)고기 가격이 비싸다(貴)’는 표현과 미녀의 대명사로 불리는 양귀비(楊貴妃)의 발음이 비슷하다는 점에 착안한 신조어다. 우마왕은 사서 먹기 부담스러운 수준인 소고기 가격을 중국 고전소설 《서유기》에 나오는 요괴에 비유한 표현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영향으로 돼지고기 가격도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육류 가격 급등으로 물가상승률이 3%를 넘어간다면 중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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