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듣는다면 펄쩍 뛸 소리다.
방학이라고, 늦잠 자도 되고, 밤 늦게까지 놀아도 되고, 아침 일찍 준비 안해도 된다며 얼마나 좋아하는데.
항상 "엄마도 회사 안 다니면 안돼? 친구네처럼 엄마도 매일 집에 있었으면 좋겠어"라고 말하는 아이에게 이 꿀같은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데...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학기 중 아이와 씨름하던 선생님 또는 방학시간을 맞아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픈 살뜰한 엄마들도 이해하기 어렵겠지.
아이는 겨울방학 전부터 매일 하루하루 꼽으며 방학을 기다렸다.
내가 챙겨주지 않아도 영양학적으로 균형잡힌 점심이며 간식을 챙겨먹던 안정된 식생활은 이제 잠시 중단이다.
방학이라고 평소와 달리 저녁까지 부담없이 놀고 늦잠을 자고 하다 보니 아침이면 난 출근 준비하랴 자는 아이가 먹을 양식 준비하랴 정신이 없다.
평소 나보다 출근시간이 아주 조금 여유있는 시어머니에게 아이들을 맡기고 출근하곤 했지만 방학 동안 아이들 아침준비는 오롯이 나의 몫이다.
밤에 일을 하느라 낮에 주로 잠을 자는 남편이 집에 있긴 하지만 햄버거나 치킨을 시키는 정도를 기대할 수 있을 뿐이다. 그나마 아이들만 있지 않아도 되는게 얼마나 다행인가.
달걀 후라이를 해주기도 하고 찐만두를 해놓기도 하고 콘푸레이크에 우유를 말아먹게도 하는 등 간편식이 대부분이지만 그것도 가사일이라고 자기 전이면 늘 다음날 아침이 부담이다.
늦잠을 자는 아이들은 입맛이 없다며 이나마도 먹는둥 마는둥 하기 때문.
'굶는 것 보다야 낫겠지'라며 늘 밥을 김에 싸서 '김밥 먹자'는 말로 아침을 때우기 일쑤였지만 어제는 '엄마 내일은 항정살 먹을래' 하는 아이들의 요청에 아침 댓바람부터 고기를 구워놓고 떡볶이 간식까지 만들어놓고 출근했다.
퇴근해서는 옷을 벗을 새도 없이 카레를 만들거나 또 고기를 굽거나 간단한 반찬을 만들어 저녁까지 챙기고 설거지까지 끝내면 하루 내 일과가 마무리된다.
나만 보면 이것저것 먹고싶다는 아이들 생각하면 방학 때는 물론 평소에도 아이들을 챙기는 전업맘들은 정말 슈퍼우먼이다.
평소 다른 친구들 엄마는 항상 집에 있는데 왜 엄마는 회사를 다녀야 하냐고 '나도 집에 엄마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볼멘 소리를 하던 아이들.
그나마 다행인 건 떡볶이만 해줘도 시판 소스로 파스타를 해줘도 "역시 우리 엄마는 요리사"라며 엄지척 하도록 정신교육을 시켜놓은 것이다. 늘 바쁘다는 핑계로 집에서 음식을 잘 하지 않고 요리솜씨가 워낙 변변치 않다보니 이정도 얻어먹는 것도 대단한 일이기 때문이다.
방학이라 집에서 음식을 자주 하다보니 장을 이틀에 한 번 봐도 항상 재료가 부족하다.
요리를 자주 하는 엄마가 아니다보니 간단한 파 뿌리 하나도 막상 쓰려고 보면 없다.
그저께는 엄마랑 같이 쿠키를 자기 손으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아이와 장을 보는데는 5만 원이나 들었다.
바닐라 파우다, 다크 초콜릿, 중력분, 베이킹 소다, 달걀 한 판, 무염 버터 등 등.
사 먹는게 더 맛도 좋고 경제적이라고 말해봐도 소용이 없었다.
주방은 밀가루 투성이고 설거지 거리는 또 싱크대 가득 생겨났다.
방학 때 엄마랑 눈썰매장도 가고, 사촌언니 집에 놀러가서 자고 싶고, 울산에 사는 친한 이모 집에도 놀러가야 하고, 스키캠프도 가고 싶다는 아이.
난 그렇게 많이 휴가를 낼 수 없다는 현실을 말해봤자 소용이 없기에 그냥 웃으며 '응 그러자. 다음에'를 공허하게 외친다.
다음 주 월요일엔 또 뭘 해먹여야 하나 머리가 아픈 가운데 이 긴 방학이 끝나기만 기다리는 워킹맘의 못된 마음이 다시 저 깊은 곳에서 들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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