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협위원장 지도부 낙점 아닌 공개 오디션 방식으로 바꾸자
강남·양천서 30대·40대가 승리
용산, 여성이 '거물' 권영세 꺾어
총선 공천으로 이어질지 관심
[ 박종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어떻게 평가하나요?”
11일 자유한국당이 당협위원장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유튜브 생방송 오디션’ 현장에서 나온 질문이다. 진행자로 나선 정옥임 전 의원은 “질문과 다른 답변을 하면 가차 없이 점수가 깎인다”고 경고부터 날렸다. “청년을 위한 특별한 정책은 있는가” “무분별한 복지 확대가 초래할 재앙은 무엇인가”라는 질문 공세가 이어졌다. 토론 대결이 끝나면 평가단이 곧바로 점수를 매겨 현장에서 바로 승자를 결정했다.
지난 10일부터 3일간 진행 중인 유튜브 오디션에 한국당이 술렁이고 있다. 지역구 당원들을 대표하는 ‘당협위원장’은 총선 공천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당직이다. 당대표와 사무총장의 ‘의중’에 따라 낙점하던 자리를 공개 오디션 방식으로 개방한 것이다. 과거에는 지지율이 얼마인지, 당세 확장 능력이 얼마나 되는지 ‘승률’ 위주로 따졌다면, 오디션에서는 보수의 가치와 철학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주를 이루고 있다.
유튜브는 ‘정치 노장’들에게는 불리한 싸움터다. 당 지도부의 ‘낙점’이 아니라 유튜브 실시간 토론으로만 평가하다 보니 30~40대 청년층과 정치에 처음 입문한 신인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여성들도 승률이 높았다. 이날 첫 순서였던 서울 양천을 당협위원장 경쟁은 접전 끝에 변호사 출신인 손영택 씨(47)가 16대 국회의원을 지낸 오경훈 씨(55)를 꺾고 승리했다.
서울 강남병에서는 여성으로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여성가족비서관을 지낸 이재인 씨(60)가 김완영 전 국회의장실 정무비서관(44)을 꺾었다. 대구 동갑에서는 기획재정부 2차관과 19대 국회의원을 지낸 류성걸 전 의원(62)이, 경북 경산에서는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윤두현 전 수석(58)이 뽑혔다.
전날 오디션에서는 서울 용산에서 황춘자 전 서울메트로 경영기획본부장이 3선의 권영세 전 주중대사를 꺾었다. 서울 강남을은 정치 신인인 정원석 씨(31)가 정치 관록이 높은 이수원 전 국회의장 비서실장, 이지현 전 서울시의원을 눌렀다. 울산 울주군에서도 정치에 처음 도전한 서범수 전 경기북부지방경찰청장이 지역에서 잔뼈가 굵은 김두겸 전 울산 남구청장을 꺾고 승리했다.
하지만 한국당의 이 같은 시도가 진정성을 보이려면 이번에 선정된 당협위원장들이 실제로 당의 공천을 받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으로 이어져 당선까지 돼야 이 같은 정치 실험이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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